중국 부채가 위험하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보인다. 지금 당장이라도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정부와 가계 부문의 낮은 부채율, 중국 정부의 관리 능력 등을 고려하면 지금 당장 위기가 현실화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부채 문제는 고도 성장기의 종식, 공급과잉 산업의 구조조정,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 등에서 기인한다. 당장 폭발할 가능성은 낮지만, 단시일 내 해소될 가능성 역시 낮다고 봐야 할 것이다.
2015년 말 중국의 부채 규모는 172조 위안으로 GDP 대비 250%를 넘어섰다. 이젠 중국 내에서도 더 이상 빚을 늘려 경제성장률을 높이려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부채 부담만 늘릴 뿐 지속 가능한 방법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반면 부채 리스크를 인정하면서도 기업의 레버리지가 높은 것은 중국 특유의 구조적인 문제로 국제 기준만 들이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중국의 부채비율이 높지만 ‘과도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어느 쪽 주장이 더 타당한 것일까.
중국의 GDP 대비 부채의 비율은 2009년 이전까지 150~160% 수준을 유지했으며, 2008년에는 반짝 하락세(148%)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전체 부채 규모가 확대되면서 레버리지 수준이 부단히 높아지기 시작하여 7년 새 100%p넘게 상승해버린 것이다. 미국 일본 한국 등 인접국이나, 인도 브라질 등 신흥경제와 비교해도 상승폭이 놀랄 만하다.
부문별로 뜯어보면, 정부부문 및 가계부문의 부채비율 상승폭은 높지 않다. 7년간 각각 GDP대비 32%에서 44%로, 18%에서 40%로 올랐다. 국제 수준과 비교해도 레버리지가 낮다. 그러나 비금융 기업의 레버리지율은 2008년 GDP대비 99%에서 2015년 말 171%로 수직 상승했다. 선진국 평균 86%, 신흥국 평균 104%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 같은 부채 급증은 글로벌 경제기관들의 경고를 잇따라 불러왔다. BIS는 지난해 3분기부터 개인 비금융 부문의 ‘신용대출/GDP’ 지표가 장기추세를 벗어날 경우 재무위기 가능성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현 지표수준이 장기추세와 25%나 격차가 발생해 BIS 정상범위(2~10%)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IMF도 지난해 중국 정부와의 연례협의에서 주로 “기업부문의 신용대출 증가로 중국의 신용대출/GDP 비율이 비슷한 소득 수준의 기타국보다 높아졌다”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밝혔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 역시 올 2월 기자회견에서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중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비교적 높고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부채가 많은 이유는 ‘자본시장 미발달’

그러나 산업마다 적정 부채비율에 차이가 있듯, 국가경제의 부채비율도 발전단계와 특유의 구조적 특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여타 신흥국 경제와 다른 중국 고유의 특징을 고려할 때 중국의 부채수준이 과도한지, 위기로 치달을 수 있는지 좀더 객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중국의 저축률이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세계은행의 가장 가까운 비교자료에 따르면 2014년 중국의 저축률은 49%이다. 한국의 35% 인도의 31% 일본의 22% 미국의 18%보다 현저하게 높은 수준이다. 저축률이 높다는 것은 더 많은 잉여자금이 기업투자 재원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주식시장을 통해 이러한 이전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그것이 용이하지 않다면 기업에게는 차입의 형태, 즉 부채의 증가형태로 자금이 이전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높은 저축률이 경제발전을 위한 자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 이는 중국이 지난 수십 년간 고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중요한 기반이기도 했다.
두 번째, 중국정부가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주식시장 등 직접금융을 발전시키고자 노력해왔지만 지난해 이후 세 차례의 증시 폭락을 겪으면서 정부의 등록제 개혁1이 중단됐다. 올해 6월 3일까지 상장(IPO) 허가를 받은 기업은 모두 63개로 330억 위안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그쳤다. 중국 전체 사회융자규모에서 주식시장을 거치는 자금 비중은 최근 수년간 상승해왔지만 여전히 5%에 미치지 못한다(지난해 4.9%). 반면 대출 및 채권 융자의 비율이 92.2%에 달한다. 이렇듯 간접금융의 비중이 절대적인 금융체제에서는 자연히 부채에 의존한 성장을 추구하게 된다.
현재 정부와 가계 부문의 부채비율이 낮기 때문에 향후 이 두 부문에서 부채를 늘려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은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인프라 투자, 가계의 부동산 투자 등이 대표적 수단이다. 그렇더라도 기업부문의 투자확대, 즉 부채를 늘려 경제성장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을 아주 포기할 수는 없다. 위와 같은 요소들을 고려해보면, 중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기타국가들보다 높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는 중국의 경제발전 단계와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특징에 따른 것이다. 다만 중국의 높은 부채비율이 구조적 원인 때문이라고 해도, 부채가 안고 있는 리스크가 사라지진 않는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중국 부채 자체의 리스크 속성

① 침체 리스크 큰 부동산 시장과의 과도한 연계

첫째, 중국 은행대출의 30% 이상은 부동산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지난 연말 기준 부동산 관련 대출잔액은 21조 위안 이상으로 전체 대출잔액의 34%를 차지했다. 그 중 부동산개발 대출이 7%, 개인용 주택자금 대출이 15%, 부동산 유관 산업 대출이2 10.5%를 차지했다.
현재 중국 부동산시장의 도시별 양극화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2월 출시된 부동산 세금 경감조치로 1선 및 일부 2선 도시의 부동산이 빠르게 상승했다. 1선 도시의 경우 올 1~4월 집값이 평균 27% 상승했고, 난징 샤먼 등 일부 도시도 약 15% 올라 기존 부동산 거품이 점점 더 커졌다. 반면 부동산 재고는 여전히 늘고 있다. 올 5월까지 미판매 상품방 면적이 7.2억㎡에 달했고, 건설 중인 주택 면적은 65억㎡에 달했다. 즉 기존 재고와 잠재 재고의 합이 72억㎡에 달한다는 뜻이다.
재고 소진은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는 공급측 개혁 5대 주요 임무 중 하나로 설정돼 지방정부들이 주택 구입 보조금을 주거나, 공공임대주택(공조방, 公租房)으로의 전환을 허용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이 올 들어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상품방 미판매 면적이 2월 7.4억㎡로 최고를 찍은 뒤 다소 줄어든 것이다. 3선 도시의 부동산 값도 4월 0.3% 상승했다.
올 들어 부동산 경기에는 호재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인 지원에 주식시장 부진으로 인해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부동산시장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어느 정도 하락했다. 중국정부가 강력한 통제력과 두터운 자금력으로 중국 부동산시장의 붕괴를 막아줄 것이란 낙관적인 견해도 나타났다.
그러나 수 차례에 걸친 정부의 시장개입으로도 주식시장 실패를 막지 못했던 것처럼, 시장의 힘 앞에서 중국 정부의 역량은 점차 무력해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최고위 경제전문가3도 현 부동산 정책은 일시적인 조치이며, 부동산 시장이 스스로 발전 법칙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사회는 인구 고령화를 피하기 어려워 주택마련 적령기 인구가 감소하고 도시화 진전 속도가 둔화되면서 주택 수요도 과거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 정부의 시장활성화 조치는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막는 대증적 조치에 불과한 것이지, 주택경기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단 뜻이다.
② 지방정부의 부채 리스크
둘째, 중국의 정부 부채비율이 국제적인 수준보다는 낮지만, 정부 부채의 절반 이상이 지방정부 부채이며, 이것 역시 부동산과 관련이 깊다는 사실은 주목해야 한다. 지방정부 부채는 2013년 10.6조 위안에서 빠르게 증가하여 2015년에는 16조 위안에 달했다. 1년 반 동안 50%나 늘었다. 지방정부 부채비율, 즉 지방정부 재정수입4 대비 부채잔액의 비율은 93%에 달한다. 국제적 경고선인 100%에 근접한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국제 경고선에 도달하지 않았더라도 몇몇 지역의 부채비율이 높다는 것은 문제다. 예를 들어 구이저우(貴州) 성 정부는 지난해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섰다. 윈난, 베이징, 후베이, 산시(陕西) 역시 부채비율이 100%5 이상이다.
지방정부의 부채가 위험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지방정부가 빚을 토지 판매수입으로 갚아나가고 있고, 상당규모의 부채가 몰려있는 지방정부 융자플랫폼6 역시 토지를 담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 사용권 매각 수입이 감소하면, 디폴트 위험은 빠르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2012년 이후 중앙정부가 융자플랫폼 은행대출을 엄격히 관리하기 시작하자, 자격이 떨어지는 플랫폼들이 신탁, 증권사, 자산관리업체 등 기관에 손을 내밀면서 비(非) 신용대출 융자규모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심계서(한국의 감사원에 해당)의 2013년 말 집계에 따르면 2013년 6월 말 지방정부 부채 중 은행대출의 비중은 2010년 말 79%에서 57%로 줄어든 반면 채권은 7%에서 10%로, 신탁융자는 0%에서 8%로 늘어났고, 기타 대출정책의 제한을 받지 않는 융자의 비중도 25%에 달한다. 이 같은 탈(脫)은행 조달추이는 이후 더욱 두드러졌을 것이다.
신탁 융자의 조달비용은 일반적으로 10% 이상이며, 융자 기한은 불과 1~2년이다. 그러나 이렇게 높은 조달코스트를 감당하고 수익을 내는 프로젝트는 많지 않다. 자금조달 단계부터 지방부채의 상환은 숨은 우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토지사용권 매각 수입이 14% 나 감소했던 2012년에 부채의 차신환구율(借新还旧率)7이 20% 이상인 지방정부는 성급 정부가 2개, 시급 및 현급 정부가 60개, 향진 정부가 148개나 됐다. 지난해엔 부동산시장 부진의 영향으로 지방정부의 국유토지 사용권 매각 수입이 무려 21.4%나 대폭 감소했으니, 현재 각 지방정부가 느끼고 있을 부채 상환 압력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③ 방대한 규모의 그림자금융

중국 부채의 또 다른 리스크는 갈수록 방대해지고 있는 그림자금융 자산 규모다. 중국의 그림자금융 시스템은 협의와 광의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협의의 그림자금융 시스템에는 민간의 사금융, 제3자 자산관리상품, 인터넷 신용대출, 소액대출 등이 있다. 사회과학원에서 2014년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유형의 융자 규모는 약 6조 위안(2013년 말 기준)에 달한다.
광의의 그림자금융에는 은행자산관리상품, 위탁대출, 신탁대출, 미할인 은행인수어음 등이 포함되며, 2015년 말 기준 38조 위안에 달한다. 위탁대출의 신규 증가분은 2008년 4,258억 위안에서 2014년 최고치인 2.5조 위안을 찍었고, 신탁대출 역시 2008년 3,141억 위안 증가에서 2013년 최고치인 1.8조 위안에 달했다.
이 두 가지 대출은 최고점을 찍은 후 어느 정도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전체 그림자금융의 융자 규모는 최소 44조 위안으로 2015년 중국 전체 부채의 약 25% 수준이다.
중국 그림자금융의 리스크는 몇 가지 분야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만기 불일치 문제다. 은행 자산관리부서는 통상적으로 ‘자금풀’에 투자자금을 끌어모은 뒤 다른 자산관리상품인 ‘자산풀’에 투자한다. 은행 자산관리상품은 통상적으로 만기가 대부분 1년 미만으로 짧다. 반면 그 자산의 투자기한은 통상 수년이다. 결국 자산관리상품이 만기가 돌아오면, 새로운 투자상품을 발행해 ‘새 빚으로 이전의 빚을 갚아야’ 한다. 자금 유출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만기 시에 상환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디폴트로 인해 신용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신탁회사가 경영 상 고려로 신탁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암묵적으로 ‘지불 보증(刚性兑付)’을 해주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신탁상품의 수익률은 대략 8~9%였다. ‘지불 보증’이라는 관행 속에서 시장의 룰에 위배되는 ‘무위험, 고수익’이라는 풍조가 생겨났다. 2015년 말, 신탁업 소유자들의 투자원금은 총 3,819억 위안이며, 전국 68개 신탁회사가 관리 운용하고 있는 신탁자산 규모는 16.3조 위안으로 레버리지율이 43배에 달한다.
신탁자산의 주요 투자처는 부동산과 지방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이다. 현재 부동산 산업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고, 지방정부 융자플랫폼이 추진하고 있는 지방 인프라 건설 사업도 자금조달 비용이 높고 투자 수익률은 낮아서 여전히 ‘새로운 빚으로 이전의 빚을 갚아야’ 만기 부채 상환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신탁업 역시 현재 절벽의 끝에 걸려있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올해 1월 농업은행 은행어음 사태는 그림자금융의 리스크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이다. 당시 문제의 직원은 어음을 검표 후 금고에 집어넣는 과정에서 감시 소홀을 틈타 39억 위안 어치의 어음을 폐지로 바꿔치기 한 후, 주식에 투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 이후 중신은행에서도 문서 위조를 통해 9억 위안 어치의 어음을 훔쳐 현금화한 후 주식에 투자한 사건이 발생했다. 두 사건 모두 주가가 폭락해 만회하기 어려운 손실이 발생한 뒤 발각됐는데, 이는 중국 그림자금융 시스템의 관리 소홀과 신용 리스크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④ 기업 채권 리스크

2015년 4월 ‘ST샹어(湘鄂)채권’8이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는 디폴트 사태가 발생하면서 중국 회사채 역시 ‘지급보증’이라는 신화가 무너졌다. 이는 ‘무위험 채권시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음을 의미하며, 기업채권 리스크에도 경종을 울렸다.
지난해부터 벌크상품 가격이 끊임없이 하락하고 생산설비 과잉이 심각한 상황에서 철강 석탄 등 산업의 많은 기업들이 거액의 채무위기에 빠졌다. 여기에 더해 중앙정부가 올해 설비과잉 해소에 박차를 가하면서 은행들 역시 더 이상 설비과잉 산업에 새로운 자금을 제공하지 않자, 기업 채권 디폴트 사례가 차례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 들어 중강(中钢)그룹 등 3개의 철강기업이 디폴트를 선언했고, 산시(山西) 지역에만 3곳의 석탄기업이 디폴트를 선언했다.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 속에서 올 하반기에는 더 많은 기업 채권 디폴트 사태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디폴트 사태가 심각해질 경우 신용대출 긴축을 초래하여 유동성 위기가 나타날 수도 있다.
⑤ 은행의 부실위험대출 빠른 증가
마지막으로, 가장 직관적으로 부채 리스크를 반영하는 지표인 은행업 대출부실률을 살펴보자. 2012년 3분기부터 시작하여 상업은행의 부실대출 비율은 15분기 연속 상승했고, 2015년 1분기에는 1.75%에 달했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과 도소매업의 대출부실률이 비교적 빠르게 상승했는데 그 중 제조업의 대출 부실률은 2011년 1.54%에서 2014년 2.42%로, 도소매업은 1.16%에서 3.05%까지 상승했다. 게다가 대출부실률 뿐 아니라 ‘관심(关注)류 대출’9에도 주목해야 한다. 기준이 엄격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이 부실자산 분류에 있어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는 경향이 있음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대출에도 일부 부실대출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관심류 대출이 부실대출로 전환할 확률 역시 높아지고 있다. 2015년 1분기 관심류 대출의 비중이 4%를 넘어섰으며 부실대출과 관심류 대출이 전체 대출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76%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중앙정부, 전방위적인 부채관리

위의 분석들을 종합해보면 경기 둔화 압력이 커지고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가계와 기업, 정부 모두 부채 압박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토지재정에 심각하게 의존하고 있는 지방정부와 설비과잉 업종의 기업은 더욱더 심각한 부채 상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에 부채위기가 발생할 것인가. 또 시스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은행의 대차대조표를 살펴보면, 지난해 말부터 비금융기업에 대한 채권증가율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은행이 더 이상 설비과잉 제조업 분야의 기업에 신규 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인민은행은 10개 설비과잉산업에 대한 신규 대출 금지를 지시했다는 소문을 부인하고 있지만, 설비과잉산업의 맹목적인 확장을 막고 금융기관의 대출구조 최적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권위 있는 경제지인 ‘21세기경제보도’는 이미 지난 1월 익명의 주식제 은행이 20개 산업을 퇴출산업으로 지정, 신규 대출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보도했고, 최근에도 한 대형 국유은행이 철광석, 철강무역, 석탄 등 3개 산업의 어음할인 업무를 잠정 중단하고, 신규 대출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은행의 이러한 방향전환은 중앙정부 정책방향에 따른 것이지만, 은행 스스로도 대출자산의 질을 개선하려는 자구책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 차원에서 보면, 공업기업의 자산부채율(부채/자산)은 2008년 59%에서 2015년 56%까지 해마다 하락했으며 이자보상배율10도 2012년 이후 기본적으로 안정을 유지했고 2015년에는 소폭 상승하기도 했다. 이는 공업기업의 부채 수준이 어느 정도 하락했고 상환능력도 개선되었음을 나타낸다.
기업부문의 레버리지와 대응되는 것이 정부부문의 레버리지다. 거액의 기존 채무에 대해 중국정부는 2015년 5월 지방정부 부채 차환 플랜을 내놨다. 금융비용이 비교적 낮은 지방정부 채권을 새롭게 발행하여 기존의 높은 비용의 부채와 맞바꾸는 것으로, 주로 지방정부 융자플랫폼을 겨냥한 것이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의 보고서에 따르면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총 5.4조 위안의 지방정부 융자플랫폼 부채를 지방정부 채권으로 차환했다. 향후 2~3년간 16~20조 위안의 융자플랫폼 부채가 차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부의 추산에 따르면 차환된 기존 부채의 평균 금융비용은 약 10%였으며, 차환 후에는 약 3.5%로 떨어졌다. 지방정부가 매년 이자비용 2,000억 위안을 절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외에도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신규 채권 발행에 대해서도 제한을 가하고 있다. 융자플랫폼에서 정부융자의 기능을 없애도록 했을 뿐 아니라, 신규로 정부 부채를 늘릴 수 없도록 했다. 지방정부 채권에도 한도를 설정하여 관리하도록 했다. 2016년 신규 지방정부 부채 예산 중, 부채비율이 100% 이상인 지역에는 신규 증액 한도를 부여하지 않았다.
은행대출 부실률의 상승, 특히 지방은행의 부실자산 압력이 커지자 은감회(은행감독위원회)는 2014년 7월에 성(省) 내에서 금융 부실자산을 대규모로 매입할 수 있는 지방 자산관리공사 5곳의 설립을 허가했다. 은행, 신탁 등 각 금융기업은 이 자산관리공사에 부실자산을 양도할 수 있다. 2016년까지 23개의 지방판 ‘배드뱅크(bad bank)’가 부실자산 처리 시장에 진입해 있다. 지방 배드뱅크의 설립은 은행이 부실자산을 적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하여 부실자산 처리의 적기를 놓쳐 자산가격이 과도하게 하락하는 상황을 막아줄 수 있다. 지방 자산관리공사는 지방은행의 경영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평가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그림자금융의 규모와 잠재적 리스크 해결을 위해 국무원은 2013년 말에 그림자금융 주체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에 대해 명확히 규정했다.11 또한 금융기관 자산관리, 신탁회사, 민간융자, 인터넷금융 등 각 업무도 규범화했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은 자산관리 자금풀 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자금의 출처와 운용을 1대 1로 대응시켜 기한의 불일치로 인한 리스크를 방지하도록 했다. 올해 초 은행 어음 사태가 연쇄적으로 터진 후, 감독기관들은 어음업무도 관리를 강화하여 신규 어음 발행 기준을 대폭 높였을 뿐 아니라 실물 어음의 보관 관리도 강화하도록 했다. 동시에 어음의 전자화 관리를 추진하여 어음을 허위로 발행하여 차익을 챙길 수 없도록 예방하기로 했다. 어음 관리를 강화하자 5월 말 어음 할인 잔액이 5,100억 위안 가까이 감소하는 등 시장 내 탈법 편법적인 어음발행이 크게 줄었다.

위기발생은 통제가능, 위기해소엔 장시간이 소요

중국 부채 문제가 국제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실제 중국의 외채는 매우 적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5년 말까지 중국의 외채 잔액은 1.4조 달러로, 중국 전체 부채 잔액의 약 5%에 불과하다. 더욱이 중국 자본시장 개방도가 낮아, 중국의 채무문제가 직접적으로 국제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또 중국정부의 행정력을 동원한 위기통제 능력은 다른 어떤 경제대국보다 강력하다고 볼 수 있다. 국유기업이나 대형•중형 민영기업의 채무에 문제가 발생하여 금융시장에 큰 충격이 가해질 위험이 커지면 정부가 조정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채무만기 연장, 부채 조정, 대출금의 주식전환, 행정수단을 통한 기업 영업지원 등 직접적인 방법을 고려할 수 있는데, 이미 일부 지역 및 은행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인민은행이 지준율 인하 폭을 선별적으로 적용하거나, 심지어 재정을 동원해 국유기업에 직접적으로 자금을 주입하는 것 역시 고려할 수 있는 카드이다.
마지막으로, 중국 부채위기가 확산되더라도 중국 정부의 재정능력은 여전히 충분한 편이다. 2015년 중앙정부 부채비율은 21%12로,미국 연방정부의 67%과 비교하면 여전히 빚을 내 위기를 극복할 여력이 많다. 사회과학원의 추산에 따르면 2014년 말 중국의 순자산은 103조 위안으로, 116조 위안에 달하는 비금융기업 부문 부채의 위약률이 50%에 달한다 해도 정부가 기채 또는 순자산을 활용하여 대부분 커버할 수 있다고 한다.
중국경제의 부채위기가 국제적 관심대상이 된 것은, 중국경제의 성장률 둔화, 지지부진한 설비과잉 해소, 불확실한 부동산시장이라는 여러 위기요인이 중첩된 상황 탓이 커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중국 기업의 부채 증가율은 이미 하락하기 시작했고 기업의 상환능력은 조금 더 안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방부채 역시 중앙의 엄격한 관리모드로 이행했으며, 그림자금융의 제반 난맥상도 드러난 만큼 해결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다. 중국의 부채 중 절대다수가 내부 부채라는 것을 감안하면 중앙정부의 강력한 재정능력과 행정동원력을 감안할 때 중국 부채위기가 폭발적인 양상으로 진전돼 금융시스템을 망가뜨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위기의 원인이 되는 자본시장의 미성숙이나 시장 참여자들의 도덕적 해이는 구조적•문화적 배경을 가진 것들인 만큼 수년 내 해결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강력한 행정력을 동원하고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면, 위기의 확산은 막을 수 있겠지만 중국 정부가 염원하는 금융의 시장화 개혁 및 위안화 국제화 일정은 더욱 요원해질 수 있다.
중국 부채문제의 뿌리는 사실 중국 고도성장기의 종식 및 설비과잉산업의 조정과 맞닿아있다. 경제 성장이 완만해지면서, 기업들이 금융권에서 빌린 높은 레버리지를 상쇄할 만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데서 문제가 시작된 것이다. 부채문제의 완전한 해결 역시 중속 성장기로의 신속한 이행과 산업 구조조정의 성공, 이를 뒷받침할 금융시장의 선진화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이 점에서 중국 부채위기는 당장 폭발할 가능성은 낮지만, 단시일 내 완전히 해소될 가능성 역시 낮다고 봐야 할 것이다.

출처 :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