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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적으로 회계 감사 파트너를 교체하는 것은 2002년 사베인스-옥슬리법이 통과된 후로 관례가 됐다. SOX로도 불리는 이 법은 분식회계에서 투자자를 보호하고, 기업의 재무 투명성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SOX법이 통과된 그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와 재정부는 상장사들이 주기적으로 회계 감사관을 교체할 것을 요구하는 규제를 마련했다. 이 관행은 공식적으로 회계 감사관 의무 교체제로 알려졌다. 회계 감사 파트너는 5년 연속으로 한 공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고, 소규모 회계 감사 파트너가 2년 안에 기존 고객에 감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금지한다.
규제가 시행된 지 18년이 지났으나, 감사 회사들이 5년 계약이 만료된 회계 감사 파트너를 다른 파트너로 교체할 때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는지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감사 회사들이 회계 감사관 선정을 위해 다양한 교체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감사 품질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중국에서 벌어지는 회계 감사관 교체 관행의 복잡한 패턴을 살펴 교체되는 감사관들끼리 긴밀한 접점이 있었는지, 그 접점이 감사 품질과 감사관의 업무 퍼포먼스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는지 알아봤다.
‘회계 감사 파트너 교체에 대한 네트워크 분석’ 연구 논문은 홍콩중문대(CUHK) 경영대학교 교수이자 제도 거버넌스 센터 소장인 우 동후이, 제프리 핏만 뉴펀들랜드 메모리얼대 교수, 중앙재경대학교의 린 왕이 주도했다.
2003년부터 2015년까지 장기간 데이터를 수집했고, 데이터 출처는 중국 주식 시장, 회계 검색 데이터베이스, A주 기업 연례 보고서, IPO 안내서, 중국공인회계사기관이 모아 놓은 공인 회계사 데이터베이스 등이다. 조사한 결과, 기존에 업무를 맡은 감사관과 새로 교체되는 감사관 4257쌍, 회사가 선택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후보 5만3046쌍이 조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원활한 인수인계를 보장하는 꽌시
연구진은 전임자들과 팀워크를 더 많이 경험한 감사관들일수록 감사관 교체 시에 후임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상당한 증거를 발견했다. 즉 감사 회사들은 전임 회계 감사관과 접점이 없는 감사관보다 ‘꽌시’(중식 인맥 개념)를 형성한 감사관을 더 선호했다.
Wu 교수는 감사 회사들이 교체 업무를 할당할 때 전임자와 비교적 가까운 감사관을 선정하는 이유에 대해 “전임자와 후임자 인수인계를 고려해 감사 회사들이 실용적으로 판단한 것이 이런 선호도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사에서 5년간 일하는 회계 감사관은 그 회사에 대해 상당히 많은 지식을 축적하게 된다. 이러한 지식은 복잡하며, 때로는 형용하기 어렵고 미묘하다. 이 감사관이 다음에 들어올 감사관과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라면 초면인 관계와 비교해 이런 지식을 전달하는 게 비교적 원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객사들도 원활한 인수인계를 선호하는데, 첫째로 인수인계 후로 이러한 지식이 사라지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 하며, 둘째로 신임 감사관이 지식을 새로 익히기까지 비용 청구 가능 시간을 할애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 재임 회계 감사관들과 꽌시를 형성한 감사관들은 비교적 복잡한 회계 업무를 요하는 기업 업무에 교체로 배정될 확률이 높았다. 또한 신임 회계 감사관들이 모두 기업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는 경우라면, 재임 회계 감사관과 알고 지내는 후보가 선호됐다.
객관성에 영향 줄 수 있는 꽌시
재임 감사관과 잘 아는 감사관을 후임으로 고르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이롭다 하더라도, 이 관행에는 질문이 따라붙는다. 교체되는 두 감사관들끼리 형성한 꽌시가 회계 업무의 객관성을 해치지 않을지, 그렇다면 SOX와 중국 내 규제가 처음 시행됐을 때의 목적이 흐려지는 게 아닐까란 의문이 든다. Wu 교수에 따르면, 연구진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살폈다.
우 교수는 “전임자와 친분이 있는 후임자가 전임자 업무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을 가능성은 존재하며, 회계 감사 과정에서 문제를 포착하더라도 정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전임자와 후임자가 가까울 경우 감사 회사는 5년마다 감사관을 교체해 얻는 ‘새로운 시각 효과’의 이점을 누리지 못할 수 있으며, 파트너 교체 관행의 목적을 해칠 수 있다”고 시인했다. 또한 우 교수는 익숙한 회계 감사관을 고용하는 것이 ‘편파’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신임 회계 감사 파트너가 전임자의 업무를 문제 삼기 힘들어지며, 새로운 감사관을 앉힐 때 기대하는 객관성과 독립성이 약화될 수 있다.
우 교수에 따르면, 감사 회사가 교체되는 감사관들끼리 원활한 인수인계만을 고려해 신임 회계 감사관의 업무 능력을 간과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렇게 될 경우 회계 감사의 품질이 영향을 받게 된다.
회계 감사 품질을 희생하지 않고 인수인계 원활히 하기
하지만 감사관쌍이 서로에게 높은 신뢰도를 보일 경우 고객 맞춤형 지식과 전문성을 더 잘 인수인계할 뿐만 아니라, 교체 이후 회계 감사 보고 정확도와 고객 만족도가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위와 같은 우려는 불식됐다.
우 교수는 “회계 감사 품질 분석 결과, 재임 회계 감사관과 신임 회계 감사관이 가까운 사이인 것이 감사 품질을 떨어트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우 교수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오히려 전임자와 팀워크를 경험한 후임 회계 감사관이 수정 감사 의견(MAOs)을 발행할 경향이 더 높다는 증거도 제공했다. MAO는 진행 중인 회계 감사나 공시와 관련해 문제가 있을 경우에 주로 발행된다. 따라서 후임자들이 MAO를 더 많이 발행했다는 연구 결과는 익숙한 회계 감사관을 고용하는 것이 중립성이나 신임 감사관의 회계 감사 품질을 떨어트리지 않다는 점을 암시한다.
우 교수는 “MAO 분석 결과, 후임 회계 감사관이 전임자와 꽌시를 형성하고 있을 경우 시장에서 관찰되는 고객사의 재정 및 회계 관련 문제에 대해 더 정확하게 경고의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회계 감사관 의무 교체제를 둘러싼 기존의 평가보다 더 참신하고 긍정적인 시각을 제공한다. 또한 기업들이 재임 감사관과 ‘꽌시’를 형성한 감사관 채용을 선호한다는 새로운 증거를 발견했다. 이 연구는 감사 회사들이 회계 감사관 교체 정책을 최적의 방식으로 설계해 높은 회계 감사 품질을 유지하면서 정책의 이점을 누릴 수 있게 방향을 제시한다.
출처 / 홍콩중문대 경영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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