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인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인도시장 잠재력에 대한 섣부른 기대와 실망

2001년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제기했던 유망 신흥시장 ‘브릭스(Brics)’에 인도가 포함된 것은 13억 인구가 펼쳐 보일 잠재력이 결정적이었다. 브릭스 용어를 창안했던 짐 오닐 당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구와 자원 같은 생산요소의 규모와 특성을 신흥시장의 선정기준으로 삼으면서도, 향후 총요소생산성(TFP)의 지속적인 개
선을 이끌어낼 정치안정, 정보통신역량, 인적자본 확대 등도 중시했다. 풍부한 생산요소들이 제 몫을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계발하고 효율화시키는 사회 정치적 조건들도 강조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조건들은 중세시대까지 서구사회를 압도적으로 앞서갔던 인도경제가 이후 식민지로 전락한 뒤 저개발국을 탈피하지 못한 결정적 이유이기도 했다. 골드만삭스의 브릭스 담론은 어찌 보면, ‘인도경제가 과거의 영화를 되살리지 못하게 된 구조적 질곡을 해결할 경우 인구 잠재력이 실현된다’고 주장하는 셈이 된다.

사실 인도가 브릭스의 일원으로 각광을 받기 11년 전 이미 라오 정부는 개혁개방의 깃발을 내걸었으나 뚜렷한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당시 인구 규모도 10억 명이다. 그런데인도경제의 구조적 제반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정치사회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기 전에 브릭스 담론이 제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인도의 외자유치 규모는 2005년까지 미미한 수준이었으나, 글로벌 금융자본들이 인도의 투자가치를 재평가하면서 2006년부터 매년 100억 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당시 글로벌 투자자들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와 2000년 미국 증시의 닷컴버블이 진정된 이후 동아시아와 멕시코 등과는 다른 신선하면서도 안정적인 투자재료(bric)가 절실한 시기였다. 아울러 파생금융상품 시장의 급성장으로 투자실탄이 풍부한 반면 개도국 시장의 외환시장 방벽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상당히 약화됐다. 1991년 고정환율제 하에서 IMF 위기를 맞았던 인도도 변동환율제로 이행한 뒤였다. 여러모로 인도경제의 극적인 체질변화보다 글로벌 투자자본의 수익률 제고라는 외생적인 동기에 의해 인도의 시장가치가 평가 절상됐던 측면이 강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월가 파생금융상품 시장의 버블붕괴로 시작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중국, 인도를 포함한 신흥국 시장가치를 상대적으로 돋보이게 만들었다. 수출주도 성장보다 내수 위주 성장을 지향한 인도는 선진국 수출시장의 침체에도 크게 위협받지 않았고, 2008~2011년에도 외국인투자의 증가로 연평균 7.3% 성장했다. 2012년 들어 글로벌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해온 중국 경제의 활력이 식기 시작하자 인도는 급기야 '포스트-차이나’의 가능성까지 거론되게 된다. 그러나 개혁개방 20년차를 맞이한 2010년까지도 인도 경제의 고질적 문제는 여전히 방치돼 왔다고 봐야 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대표적인 것이 ▲빈약한 제조기반 ▲곤궁한 재정형편 ▲자원배분을 관장하는 정치과정의 비효율성 등이다. 취약한 제조기반은 원유 수입국인 인도경제의 불안정성을 키운 핵심 걸림돌이다. 내수경기가 활성화되면 경제성장률은 올라가지만 경상수지 적자를 키워 주기적으로 루피화 환율이 급상승하는 부작용을 불러왔다. 달러 기준 수익을 따져야 하는 외국기업들로서는 인도 시장가치를 후하게 평가할 수 없는 결정적 하자였다. 취약한 재정도 제조업 발전의 마중물이 돼야 할 인프라투자, 각종 세수혜택 공여 등을 제한할 수 밖에 없어 시장 매력도를 떨어트린다. 빈번한 중앙권력의 교체 및 이에 따른 정책혼선,
지방정부의 지역이기주의 등도 외국기업이 제조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실행 리스크를 고조시키는 부정적 요소였다. 이밖에 오랜 식민역사를 거치는 동안 종교, 인종갈등이 남아있고, 13억 인구의 절반 이상이 농업을 영위하고 있다. 실제 제조현장에서 토지에 얽힌 소유권 분쟁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는 점, 부패 세력이 곳곳에서 뒷돈을 요구하는 점 등도 외국기업에게는 인도 경제의 한계로 비춰졌다. 이런 한계는 일회성 개혁조치로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인도 경제의 잠재력 발현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는 인식이 국제적으로 퍼져가기 시작했다. 특히 인도 경제의 잠재력과 한계는 개혁개방의 선발주자였던 중국과의 비교를 통해 더욱 선명하게 부각됐다. 1990년대부터 사회주의 토지공유제의 기반 위에서 전방위적인 외자유치 체제를 가동한 중국 공산당은 토지공급은 물론, 세제적용 노동공급 등에서 외자계 기업들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보장했으며, 한정된 국가재정을 우선적으로 인프라 투자에 집중시켰다. 연해 지역의 점(點)처럼 산재한 몇몇 개방형 경제특구가 수출용 생산거점으로 부상하자, 이어 연해 해안선을 따라 개방이 선(線)형으로 확장됐고, 이 중 몇 개는 소비파워를 갖춘 중핵도시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천안문사태(1989년) 등 정치적 개혁을 두고 당 내 분란도 있었지만, 일관된 경제개방 노선을 유지한 끝에 중국경제는 지난 40년동안 연평균 9%대의 초고속 성장세를 유
지해왔다. 이 같은 13억 시장 중국의 성공체험이 국제 투자자들에게 워낙 강력하게 각인된 탓에 인도의 성장과정은 빠르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은 것으로 인식돼 왔으며 심지어 ‘인도는 절대 중국처럼 성장할 수 없다’는 비관론마저 제기되기도 했다.

수술대에 오른 구조적 걸림돌

지난해 11월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인도 국가신용도를 Baa3에서 Baa2로 한 단계 올렸다. 투자적격의 가장 낮은 단계에서 한 등급 올린 것에 불과하지만, 이번 조치는 2004년 이후 13년만에 이뤄졌다. 지난해 인도경제의 성장률은 6.7%로서, 떠오르는 시장으로 각광을 받았던 2007년(9.8%)이나 2010년(10.3%)보다 낮았다. 무디스는 어떤 이유로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을까.최근 5개년의 연평균 성장률은 7.4%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가계소득은 지난해 1.8조 달러로 영국(1.73조 달러)보다 커졌다. 루피화 환율이 안정되고 물가가 안정된 덕택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안정국면이 전격적인 화폐개혁(2016년 11월)과 부가가치세(GST) 시행(2017년 7월)이란 양대 충격을 헤쳐나오면서 달성됐다는 점이 브릭스 담론이 제기된 이후에도 들쭉날쭉했던 외국인직접투자 순(純)유입액은 2015년부터 플러스로 돌아서, 2017년 최고치를 경신했다(421억 달러). 이는 2014년 집권한 모디정부의 사업환경 개선작업이 국제 투자자들에게 후한 점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GST 세제도입은 역대 중앙정부 모두 역점사업으로 추진했으나, 주 정부의 이기주의에 밀려 좌초되곤 했다. 세제개혁과 함께 인허가 절차 등을 크게 간소화해 효율을 높이고 부패가 개입될 소지를 줄였다. 또한 모디 정부는 은행, 보험, 방산시장도 대대적으로 개방했다. 모디 정부가 이 같은 숙원사업을 조기에 착수하고 일정 부분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정권기반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집권 인도인민당(BJP)은 현재 하원 545석 중 절대 다수인 270석을 차지해 안정적인 연정을 꾸려가고 있다. 집권기 이후 경제가 순항하면서 내년 총선 승리도 유력해 정책 일관성을 기대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인도 경제의 아킬레스 건이었던 원유수입 부담이 국제유가 안정세 덕택에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기준 국제유가는 2013년 배럴당 평균 98달러에서 2016년 43.3달러까지 하락했다. 인도의 한해 원유수입량이 대략 12억 6천만 배럴(2016년 기준)임을 감안할 경우 연간 687억 달러의 비용 부담이 줄어들었다. 아울러 미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의 결과 국제금리가 하향세를 유지했던 점도 외자 유출입에 민감한 인도경제에는 우호적인 환경이었다. 사실 인도 개혁개방은 중국(1978년)보다 13년 늦게 시작됐지만, 브릭스 담론이 제기됐던 2001년만 해도 중국과 인도의 경제규모 격차는 2.7배에 불과했다. 미국 달러기준 경상 GDP는 지난해 무려 4.7배 차로 벌어졌는데, 지난 17년 동안 중국이 연 9.3% 성장한 데 비해 인도가 7.3% 성장에 그친 게 컸다. 또 같은 기간 중국 위안화가 달러 대비 22% 절상된 데 반해 인도 루피화는 오히려 33% 절하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같은 13억 인구를 보유하면서도, 성장률 및 통화가치에서 커다란 격차가 나타난 것은 제조업 기반이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모디 정부는 역대 정부와 달리 제조업 육성을 국정캠페인으로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농업과 서비스부문의 성장기여도가 컸던 인도 경제를 환골탈태하기 위해 제조업 육성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들을 하나 둘 찾아내 제거하거나 완화시켜왔다.
흔히 인도경제를 면허경제(Licence Raj)라 부른다. 영국 식민지 시대의 ‘영국의 통치(British Raj=British Rule)에 빗대어 독립 이후 인허가 범람의 폐해를 지적한 표현이다. 여전히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는 크고, 국제유가 상승 조짐 역시 불길하다. 그러나 인도 외환시장에서 루피화 폭락 양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제투자자들의 인도 경제에 대한 신뢰가 최근 수년 새 크게 높아진 때문으로 해석된다. 인도의 중국 추격은 드디어 모디 정부 들어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2. 외국기업들을 좌절시켜 온 불확실성들

(1) 인도 투자의 최대 걸림돌, 토지 확보

외국 기업들이 생산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인도 투자를 고려할 때 리스크 요인들이 적지 않다. 인도는 1991년 개혁 개방 이전까지 결코 기업친화적이지 않았다. 특히 농업국가인 인도에서 토지수용과 개발 문제는 정말 풀기 어려운 난제다. 농민들이 삶의 터전인 토지 강제수용을 결사 반대하기 때문에 역대 정부에서는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개입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영국 식민지 시절인 1894년에 제정된 토지수용법은 무려 2013년말까지 존속됐다. 모디 정권 출범 한 해 전에 제정되고 2014년 1월 발효된 토지수용법은 ‘토지수용의 공정한 보상과 투명성, 이주정착에 대한 권리’를 기치로 내세웠다. 개정된 토지수용법의 골자는 농민 보상을 강화해 저항을 줄이려는 것이다. 토지보상 금액은 도시에서 시가의 2배, 농촌에서 4배까지 보상하며, 토지소유자가 아닌 거주자에게도 생활기반의 상실을 일부 보상해주는 것이다. 주민동의 부분에서는 과거 100% 찬성 기준에서 민간협력방식(PPP: Public Private Partnership)은 70% 주민동의, 민간 프로젝트는 80% 동의를 얻도록 완화됐다. 프로젝트 수행에 따른 환경영향 평가는 사회영향 평가로 확대하여 이전에 비해 토지수용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방향으로 진일보했다.

다만 2013년 9월 상원에서 토지수용법이 최종 승인되기까지 2년여가 소요되면서 토지문제에 발목 잡힌 기업들이 먼저 손을 털고 시장을 떠났다. 예를 들어 2013년 7월 철강업계에서는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과 포스코(POSCO)가 토지수용이 지연되자, 각각 오리샤 주와 카르나타카 주의 제철소 프로젝트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결국 모디 정부 들어서 토지수용법을 다시 손보게 된다. 기존 골격은 유지하되 예외 분야를 두어 신속한 토지수용을 가능케 한 것이다. 5대 예외 분야는 방산, 농촌 인프라, 산업공단, 사회인프라, 서민주택 등이다. 이들 분야에 한해 토지수용의 주민 동의를 적용하지 않고 사회영향 평가도 강제하지 않기로 했다. 모디 정부의 토지수용법 개정안은 하원에서 집권 BJP(인도 인민당)의 지지 속에 쉽게 통과됐지만 상원에 계류 중이다. 이는 BJP가 아직 상원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BJP가 주도하는 NDA(National Democratic Alliance) 연정의 상원 의석 수는 전체 245석 가운데 85석에 그쳐 독자적인 개정안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시스템 변화가 필요

아직까지 모디식 토지수용법 개정에서 가시적인 진전이 없다 보니 광업과 인프라 프로젝트(도로, 철도, 발전, 공단조성 등)에 뛰어드는 업체들은 토지 확보가 최대 난제다. 최근 서부 구자라트 주와 마하라슈트라 주에서는 농민들이 고속열차 프로젝트와 석유화학단지 조성에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마하라슈트라 주에 건설 예정인 사우디 아라비아 아람코(Aramco)의 합작 정유공장은 필요 부지 6천 헥타아르를 전혀 확보하지 못했다. 인도의 암텍 오토(Amtek Auto)사는 오디샤 주 쿠택(Cuttack) 지방 챠우드와르(Choudwar) 인근 2,500에이커 부지에 1,582억 루피(약 24억 달러)를 투자하여 대규모 자동차 부품공장을 설립하려다 임야 보호를 내세운 주민들에 의해 저지됐다. 인도 싱크탱크인 CMIE(Centre for Monitoring Indian Economy)에 따르면 토지문제를 비롯한 여러 사유로 인해 지연된 프로젝트 규모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7년 3분기 누적 기준 전체 프로젝트 가운데 지연된 프로젝트가 건수 비중으로 13%, 금액으로는 13.22조 루피(약 1,973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프로젝트 지연 사유별로 보면 원자재 조달 문제가 14.3%로 가장 많았고, 토지문제는 7.8%를 차지했다. 또 다른 조사 기관인 바르티(Bharti) 공공정책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지난 2016년 10월 기준 공사가 지연됐던 80개의 대형프로젝트2
(약 286억 달러 규모) 가운데 1/4에 달하는 21개가 토지분쟁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토지분쟁은 주로 사유지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상식과 달리 전체의 15%가 국유지에서 발생했다. 기업 친화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모디 총리가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14년 취임 이후 총리실 직속으로 지연프로젝트 상황실을 만들고 인허가 지연에 대해서는 직접 개입하며 프로젝트 재개에 힘썼다. 그렇지만 초기의 반짝 성과에도 불구하고 토지 개혁법안이 막히고 시스템 변화가 뒤따르지 않으면서 신속한 프로젝트 재개가 어려운 상황이다. 금년은 모디 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로서 야당의 반발이 큰 토지개혁법 통과는 어려워 보이지만 내년 총선에서 BJP 정권이 재집권하게 될 경우 빠른 진전이 가능할 수도 있다.

(2) 낡고 경직된 노동법

노동 문제는 토지와 더불어 인도의 생산지로서의 매력을 경감시키는 요인이다. 40여개 이상의 노동관련 법들 중 일부는 1920년대에 제정됐을 정도로 낡아서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인도 경제는 1991년 개혁 개방 이전까지 사회주의적이고 폐쇄적인 시스템에서 운용되어 노동자 보호가 우선이고 노동 효율성이나 기업경쟁력의 제고는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 인도에서 외국기업들을 가장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들 중의 하나는 엄격한 해고 요건이다. 100명 이상 종업원을 고용한 사업장에서는 노동자를 해고하기 위해 당국의 사전허가 및 충분한 공지 기간을 거쳐야 한다. 과거 국영기업이 대세였던 시절에 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했던 노동관행이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계절적 요인으로 생산량의 변동이 심한 업종에서 고용은 쉽지만 해고는 어렵기 때문에 일감이 많아도 함부로 직원을 늘려서는 안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신규 정규직보다는 임시 계약직을 선호하게 되었다.

노사관계에서는 강성 노조의 입김이 센 편이다. 인도에서는 복수노조가 허용되며 노동자 15%의 동의만 구하면 설립이 가능해 강성 노조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노사간 대립은 자동차와 엔지니어링 등 노조 규모가 큰 업종에서 심각하며, 극단적 폭력사태로 비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외국기업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지난 2012년 7월 발생했던 마루티 스즈키(Maruti Suzuki) 공장 노동자 폭력 시위 사태로 현지인 관리자 1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의 노동자가 구금되었다. 스즈키 사례 이전에도 자동차 관련 업종에서는 일본의 혼다 자동차(2005년)와 토요타 자동차(2006년), 이탈리아의 그라지아노 트라스미셔니(Graziano Trasmissioni) (2008년), 그리고 인도의 자동차 부품사인 리코 오토(Rico Auto) (2009년)와 프리콜(Pricol) (2009년) 등이 노사분규와 폭력사태를 경험했던 바 있다. 중앙 정부와 일부 주정부에서 노동개혁 추진모디 정부가 외자기업 유치를 적극적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고용이 쉽지만 해고는 어렵다’는 인식부터 깨야 한다. 이에 집권 이후 노동개혁을 빅뱅식 개혁과제로 설정하고 조속한 입법화에 나선 바 있다. 모디 노동개혁안에서는 저임금 노동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보너스법이 개정되는 대신 정규직과 노조에게 불리한 조항들이 적지 않게 포함되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엄격한 해고가 적용되는 사업장 규모는 100명에서 300명으로 상향되어 상대적으로 해고가 용이해진다. 노조설립 조건 또한 강화되어 노동자의 15% 동의 요건이 30%로 높아지게 되면서 강성 노조의 등장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노조는 노동법 개정이 달가울 수 없는 입장이다. 공공부문 노조는 개혁안에 반대하면 서 총파업으로 대응하는 양상이다. 지난 2016년 9월 2일의 총파업은 1억 8천만명의 노동자들이 참여해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정치적으로 야당 세력이 강한 남서부 카르나타카 주와 남부 케랄라 주 등에서 파업 참여율이 높았다. 모디 정부는 2019년 총선을 앞두고 노조와의 대립이 심각해지는 것만은 피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이에 비해 외자유치에 적극적인 일부 주정부들은 자체 노동법(주법)을 수정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BJP가 집권하고 있는 서부 마하라슈트라 주, 북서부 라자스탄 주, 델리 서부 하리아나 주, 북동부 아삼 주 등이 이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라자스탄 주는 이미 엄격한 해고 기준이 되는 사업장 규모를 100인에서 300인으로 늘렸다. 하리아나 주는 노조설립 요건을 노동자 30% 동의로 강화하여 시행 중이다. 이러한 노동개혁 조치들이 해당 지역에서 실제로 고용을 늘리고 파업 손실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면 인도의 노동개혁에 대한 반대는 이전에 비해 다소 약화될 전망이다.

(3) 정부 정책 불확실성

토지와 노동의 2대 개혁과제는 시간 문제일 뿐 개선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만 많은 외국기업들은 지난 2012~2013년 중 인도 시장혼란의 어두운 기억들이 잔존해 여전히 리스크 요인으로 평가한다. 모디 직전 2년간 경제성장 둔화, 경상적자 심화, 루피화 가치폭락 등이 발생하고 임기 말인 국민의회당(INC) 정권은 부패 스캔들에 시달리면서 정책마비 현상까지 초래했다. 외국기업들은 정책 불확실성을 이유로 짐을 싸기도 했다. 독일 공항운영업체인 Fraport사는 2006년에 진출했으나 정부의 민영화 약속이 계속 미뤄지자 2012년에 인도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외에 스웨덴 SCA(생리대), 영국 Barclays(은행), RBS(은행) 등도 비슷한 시기에 수익성 악화와 불확실성 고조 등을 이유로 인도 시장을 떠났다. 외국계 통신업체들은 2G 주파수 경매(2008년) 참여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뇌물 요구에 응했다가, 정치스캔들로 비화되면서 뒤늦게 2012년에 면허가 취소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노르웨이 텔노르(Telnor), UAE 에티살라(Etisala), 바레인의 바텔코(Batelco) 등은 로비 관행이라고 주장했지만,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면허가 취소되어 인도 시장에서 철수해야만 했다. 2012년에는 인도 국세청이 대다수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세금폭탄을 부과했다. 당초 인도 국세청은 영국 모바일 통신업체인 보다폰(Vodafone)에 대해 수십억 달러의 조세소송을 벌였는데 소멸시효 문제가 제기되자 조세회피 금지원칙(GAAR : General Anti-Avoidance Rule)을 제정하며 압박을 가했다. 즉 유효한 과세 시점을 1965년 이후로 잡고 다른 외국업체들에게도 소급과세를 부과했다. 결론적으로 소급과세법은 보류되는 선에서 마무리됐지만 당시 인도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에게는 엄청난 리스크
요인으로 각인됐다.

모디 정부는 지속적으로 기업 친화적 이미지를 내세우면서 이러한 인도 리스크를 상당 부분 희석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2019년 총선에서 모디 총리가 승리하여 2기 정권이 출범된다면 잔존한 리스크 요인 또한 빠르게 약화될 전망이다.

(4) 파편화된 13억 소비시장

시장 관점에서 인도의 가장 큰 문제는 파편화됐다는 점이다. 인도의 인종, 언어, 문화가 다양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시장 형성 측면에서 수많은 소규모 시장이 대륙 곳곳에 흩어져 있다. 그로 인해 외국 기업들은 진출 초기에 몇몇 대도시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인도 도시화율을 보면 2016년 기준 33.1%로 1995년의 26.6%에 비해 6.5%p 상승에 그쳤다. 같은 기간 중국의 도시화율은 25.8%p 상승한 56.8%를 기록했다. 양국의 도시화율 격차는 지난 1995년의 4.4%p에서 2016년에는 23.7%p로 크게 벌어졌다. 인도의 도시화율이 낮은 결정적인 이유는 제조업 발전의 지연이다. 도시 주변으로 농촌 인구를 흡수할 수 있는 산업화 시설이 없다 보니 도시가 형성되지 않고 소비시장도 여러 곳에 작은 규모로 흩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모디 정부 주도로 메이크 인 인디아 캠페인을 통해 제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효과적인 시도라고 평가된다. GST(단일부가세) 도입으로 전국시장화 계기 마련 무엇보다 29개 주마다 상이했던 간접세가 단일부가세(GST: Goods and Services Tax)로 통합된 것도 파편화된 시장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중대한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2000년대 중반부터 GST 논의가 되었지만 적잖은 우여곡절을 거쳐 2017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모디 총리는 2014년 집권 이후 3대 개혁과제(노동, 토지, GST세제)를 추진했는데 GST 도입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LG Business Insight 1419호, “인도의 단일부가세(GST) 도입 빅뱅식 개혁 급물살 예고” 참조).GST 도입 이전에는 주마다 간접세목과 세율이 달라서 기업들은 납세 이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주마다 체크포인트가 설치되어 물류 운송에 추가적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다. 주 경계 체크포인트를 통과하기 위한
트럭 행렬이 이어졌고 평균 2~5시간이 소요되면서 물류비용이 15~20% 늘어났다. 예를 들어 GST 도입 이전에는 델리 동부 우타프라데시 주 노이다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남부 케랄라 주 코친의 유통점까지 이동하는데 2,679km, 5개 주를 거치면서 9개의 체크포인트를 거쳐야 했다. 당시에는 세금의 종류도 다양하여 제조세, 통행세, 진입세, VAT(과거의 부가세) 등을 납부했는데, 이제는 판매지에서 품목별로 정해진 단일세율의 GST만 내면 된다. 운송시간은 편도 운송에 10일이 소요되었던 것이 체크포인트 철거의 효과로 인해 하루 줄어들었다.
GST 도입에 따른 주 경계 약화는 소비시장 확대에 긍정적 요인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인도의 9대 대도시는 향후 소비-물류의 핵심 거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GST를 계기로 인도는 파편화된 시장 한계를 극복하며 전국시장화 초입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5) 전근대적 유통

소비 인프라 개선 속도 빨라질 전망

인도 소비시장의 약점인 낙후된 유통환경은 전국화, 현대화 추세에 따라 점차 개선되면서 특히 외국기업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에서 영세 유통업자들은 상점 없이 세금도 내지 않는 이점을 내세워 낙후하지만 명맥을 유지해 왔다. 아직까지 인도 재래식 유통 비중은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GST 도입으로 전국시장화 초입 단계에 접어들면서 대형소매 유통의 세력이 커지고 현대유통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인도의 3대 유통업체인 퓨처(Future), 아베뉴 슈퍼마트(Avenue Supermarts), 아디티아 비를라(Aditya Birla) 등은 상장된 소매유통 기업 전체 매출의 79%(2017년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대형화에 성공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화 가속은 소비인프라를 개선시켜 궁극적으로 소비시장 확대에 기여할 전망이다. 지난 2011년 이후 3G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모바일 인터넷 사용인구는 2017년 3.2억명에 달했다. 2020년에는 전체 인터넷 이용인구가 7억명(중국의 ‘16년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오프라인 마켓이 발달하지 않은 인도에서 모바일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빠르게 늘고 소비자 직배송 수요도 늘어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온-오프라인 융복합 유통이 확산되면 소비 시장이 고도화될 계기도 맞게 된다.

3. 모디노믹스 제조업 육성 정책과 성과

모디식 제조업 육성으로 고용창출과 소득증대 모색

모디 총리는 지난 2002년부터 2014년 중앙정부 집권 직전까지 구자라트 주 총리를 역임했다. 주 총리 시절 모디는 외자를 유치하고 제조업을 육성하면서 높은 성장률을 달성했다. 흔히 ‘모디노믹스’로 불리는 경제정책은 그렇게 탄생했고, 2014년 집권 이후 인도 전역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모디노믹스에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를 필두로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 ‘스킬 인디아(Skill India)’, ‘스타트업 인디아(Start-up India)’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인도 경제의 성장을 위한 산업구조의 변화, 미래경쟁력 강화 등이 목적이다. 특히 메이크 인 인디아는 고용창출과 소득증대를 통해 중산층 저변을 늘려 소비시장 잠재력을 높이려는 핵심정책이다. ‘메이크 인 인디아’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육성 분야가 25개나 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노동집약적 산업인 가죽, 의류/섬유부터 첨단산업인 우주항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를 다시 3가지 범주로 나눠보면 우선 내수경기 활성화 및 고용 창출 분야에 가전, 자동차 등 제조업과 미디어, 관광, 헬스케어 서비스 등 11개 업종을 포함시킬 수 있다. 메이크 인 인디아를 제조업 육성으로만 한정한다면 대부분 이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2번째 범주는 인프라 관련 산업들로서 건설과 운송 및 에너지 인프라 등 10개 업종이 포함된다. 마지막 3번째 범주에는 첨단기술산업인 IT, 우주, 생명공학 등 4개 업종이 들어 간다. 최근 글로벌 ICT 기업들이 인도에서 활발하게 투자하는 전자상거래가 여기에 포함된다. 전자상거래는 IT 기술에 기반하면서도 고객 직배송 증가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가 커서 메이크 인 인디아 업종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외국기업, 특히 한국기업의 입장에서는 25개에 달하는 메이크 인 인디아 업종 가운데 제조업, 그 중에서도 전자, 자동차, 석유화학 등에 관심을 가질만하다. 이하에서는 메이크 인 인디아에서 제시하는 주요 산업별 정책 비전과 육성방안, 그리고 현재까지의 정책 진전상황을 기반으로 실효성에 대해 평가해 보기로 한다.

(1) 가전·전자 산업 : 2020년까지 완전 수입대체 목표

투자 보조금 지원과 관세 인상 추진

우선 전자산업을 살펴보자. 흔히 가전으로 대표되는 이 분야에서 정책 목표는 ‘2020년까지 완전수입대체(Net Import Zero)’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은 보조금과 관세 인상으로 요약된다. 이른 바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다. 먼저 보조금으로는 전자산업에만 적용되는 수정특별인센티브(MSIP : Modified Special Incentive Package)가 있다. 지난 2015년부터 5년 기한으로 시행 중인 MSIP의 골자는 가전, 통신, IT 기기 등에 속한 기업 대상으로 투자액의 최대 25%까지 현금 보조해 주는 것이다. 신규 및 확장 투자와 상관없이 보조금 신청이 가능해 투자계획이 있는 전자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한 편이다. 작년 말까지 파나소닉(Panasonic), 하이얼(Haier) 등 134개사가 MSIP 대상 기업에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의 MSIP 활용이 활발해지면서 마감 시한은 당초 2020년 7월말에서 2018년말로 앞당겨졌다. 투자보조금이 인도생산을 유도하는 능동적 조치라면 수입관세 인상은 해외생산업체에게 현지생산을 유도하는 수동적 조치이다. 관세인상으로 수입품 가격이 비싸지면 경쟁력을 잃게 되므로, 해외 수출기업은 인도 현지에서 조립 생산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중국 휴대폰업체들은 저가형 스마트폰으로 인도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데, 관세가 오르면서 하나둘씩 인도에 공장을 건설 중이다. 모디 집권 이후인 2015년 3월 이후부터 휴대폰 완제품 및 PCB 부품에 대한 빈번한 관세인상 조치로 수입품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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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인도 정부는 2가지 정책수단을 적절히 혼용하여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책정 재원의 부족으로 투자보조금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018년 가전/ IT 부문의 지원사업 총예산은 1.3억 달러로 한계가 크다. 이에 비해 수입관세 인상은 부가적으로 정부 관세수입까지 늘리기 때문에 당분간 수입대체 수단으로 각광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전 및 스마트폰 기업들은 설비 증설로 수요확대에 대비모디노믹스의 성과는 가전부문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가전 기업들은 인구 13억 명의 인도 시장 잠재력이 커간다고 보고 2016년을 기점으로 신규 및 라인 증설 투자를 늘려가는 추세다. 중국 가전 기업 하이얼은 작년에 푸네에 냉장고, 세탁기 등의 투자 완료 후 올해 타 지역에 추가 투자 검토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에어컨 기업 다이킨Daikin)이 라자스탄 주에 가정용 에어컨 생산 물량을 50만대에서 120만대로 확대하는 투자 사례가 이에 해당된다. 스마트폰 제조사 또한 신규 및 라인 증설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최근 폭스콘(Foxconn)과 샤오미(Xiaomi) 등 중국 업체들의 현지 진출 공세가 거세다. 중국 업체들의 시장 장악력은 2016년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Strategy Analytics 자료에 따르면, 중국 업체 점유율은 13.1%(2015년)에서 51%(2018년 1분기)까지 크게 상승했다. 중국 업체의 점유율 확대는 샤오미가 주도하고 있다. 샤오미는 시장점유율을 6.9%(2016년)에서 28.8%(2018년 1분기, 물량기준)로 늘리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 업체로 자리매김 했다. 샤오미는 이러한 성장세에 편승하여 향후 판매 물량을 늘리고자 올해 폭스콘 내 전용 생산라인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폭스콘 또한 샤오미 외 다수의 중국 업체들의 스마트폰 위탁 생산 규모를 늘리고자 공장 추가 설립 검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 업체들은 스마트폰 생산투자와 함께 모바일 서비스 분야 지분 투자를 병행하며 모바일 생태계 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폭스콘은 알리바바(Alibaba) 등과 전자상거래 기업 스냅딜(Snapdeal), 모바일 메신저 기업 하이크(Hike) 공동 투자에 참여했다. 샤오미 또한 모바일 컨텐츠 기업 헝가마(Hungama) 등 7개사에 5,800만 달러 지분을 투자했으며 2021년까지 인도 스타트업 100개에 1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해 이러한 기조를 계속 이어갈 전망이다.인도 시장에 진출한 외국 전자기업들은 단기적으로 완전수입대체 정책에 부응하고, 중장기적으로 수요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투자한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8%에 육박하는 높은 경제성장률이 지속되고 중산층 비중 또한 늘어난다는 점에 착안한 전자업체들이 향후 시장 전망을 낙관적으로 평가하며 생산 물량을 늘려가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공세에 밀린 마이크로맥스(Micromax) 등 인도 스마트폰 업체의 가전 시장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어 중저가 볼륨존 가전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향후 외국 전자업체들은 정부 정책 및 고객 수요 변화 모니터링을 병행하면서 능동적으로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디 정부의 가전 완전수입대체 정책은 2020년까지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하겠지만 외국 전자업체의 생산기지 이전에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2) 자동차 산업 : 2020년까지 전기차 600만대 보급 목표

모디 정부 출범 이후 새롭게 시작된 산업 정책 중 하나로 전기차를 꼽을 수 있다. 모디 정부는 2015년부터 극심한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2020년까지 전기차 600만대 보급 목표를 설정한 FAME(Faster Adoption and Manufacturing of (Hybrid) and Electric Vehicles) India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정책의 골자는 친환경 자동차 육성을 위해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고, 기존 내연 기관차량 대비 양호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전기차 구매 시 부가가치세(GST)는 내연 기관 차량 대비 1/3 저렴한 12% 부과되고, 인프라세는 면제되며, 소비세 또한 내연 기관 차량의 절반인 6%를 부과한다. 얼핏 보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듯 보이지만 2015년부터 4개년 누적 책정된 보조금 재원이 7,430만 달러로 크게 부족하다는 점에서 정책 실효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책정된 보조금 재원 전체를 2륜 전기차에 지급된다고 가정해봐도 최대 27만대만 혜택을 볼 수 있어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600만대와는 큰 격차를 보인다. 자동차 제조사의 현지 투자를 이끌어 낼 만한 유인책 마련 또한 미흡하다. 정부는 전기차 산업 육성보다 대기오염 방지에 가치를 두고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자동차 업체들에게 높은 수익성을 담보할 4륜 전기차 육성은 후 순위로 여기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 인도 4륜 전기차 판매량은 2,000대로 정부 육성 의지 대비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작년 인도 자동차 판매량을 살펴봐도 2륜차가 전체 물량의 81%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향후 전기차 육성 및 글로벌 자동차 업체를 상대로 관련 투자를 이끌어 내는 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본격적 전기차 시대는 2020년대 중반 이후로 예상 자동차 기업들의 투자 동향을 살펴보면 2020년대 중반쯤 전기차 시대 본격화를 예상하고 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추세다. 현재 인도 자동차 1위 기업인 마루티 스즈키는 도시바, 덴소와 공동으로 1.8억달러를 투자해 202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도요타는 작년부터 마루티 스즈키와 전기차 공동 연구 및 생산을 진행해 2020년부터 전기차를 출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업체들은 현재 시장에서 강점을 지닌 하이브리드 차량 중심으로 수요를 대응하면서 2020년 이후 점진적으로 전기차 생산을 늘려가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반면 인도 로컬 기업인 마힌드라(Mahindra)와 타타(Tata)는 전기차 투자에 적극적이다. 마힌드라는 2016년 이후 전기차 4종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2020년까지 전기차 양산 물량을 10배 늘리는 목표를 설정하며 1.4억 달러 추가 투자 진행 계획을 발표했다. 타타 또한 소형세단 타고르 EV를 출시한데 이어 정부 산하기관에 전기차 350대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자동차 시장 점유율 3, 4위인 마힌드라와 타타는 시장에 전기차를 조기 출시하여 시장 선도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중국 전기차 기업인 BYD는 현지 태양광 발전 사업자인 골드스톤 인프라테크(Goldstone Infratech)와 전기차 사업을 제휴하여 인도 시장에 진입했다. 올해 3개 도시에 전기 버스 290대 납품 계약을 체결했으며, 2,350만 달러를 합작 투자해 카르나타카 주에 연간 생산 1천대 전기버스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중국산 부품을 조립 생산하여 초기 시장을 대응하고, FAME India 2단계에 대비해 현지화 비율을 제고하는 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전기차 선진업체인 테슬라(Tesla), 닛산(Nissan), 폭스바겐(Volkswagen)은 중국 시장에서의 전기차 투자에 집중하고 있어 인도 시장에 대한 투자 여력은 적은 상황이다. 최근 테슬라는 상하이 기가팩토리 건설에 90억 달러 투자 계획을 공식화했다. 닛산 또한 올해 중국에 전기차 분야 1조엔 투자 계획을 발표해 당분간 중국 시장에 집중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폭스바겐도 중국에서의 친환경 자동차 투자 규모를 확대하여 2021년까지 최소 6개 중국 현지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기차 선진업체들은 중국에서의 시장지위를 다진 뒤 인도 시장에 대한 투자 검토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 정부 정책 추진 의지에 따라 자동차 업체 투자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작년에 인도 정부는 2030년부터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퇴출하고 100% 전기차만 판매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만약 이러한 발표가 단순한 의지 표명에 그치지 않고 스마트폰 관세 인상처럼 정책 실행으로 급진전 될 경우 자동차 업체의 전기차 투자 시기가 계획 대비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 석유화학 산업 : 대규모 복합단지 조성

전자와 자동차가 대표적 소비재 산업이라면 석유화학은 전자, 자동차, 건설 등에 필수적인 중간재 산업이다. 인도 정부는 원유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나라로서 주요 4대 국영 석유회사들이 있지만 주요 석유화학 제품 생산까지 이어지는 다운스트림 분야는 취약한 편이다. 현재 설비로는 국내 플라스틱 수요에 대한 자급자족이 어려워 모디 정부는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조성을 중요한 산업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LG Business Insight, “인도 플라스틱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구조적 변화들”, 2018. 5. 9 일자 참조). 인도 석유화학 단지 조성은 ‘PCPIR(Petroleum, Chemicals and Petrochemical Investment Regions)’ 설립 정책의 핵심 목표이다. PCPIR은 지난 2007년부터 도입된 개념으로서 원유 정제부터 석유화학 제품 생산에 이르는 모든 공정을 내재화한 대규모 단지를 일컫는다. 현재까지 4개가 지정되었는데 서부 구자라트주에 위치한 공단만이 개발되고 있다. 지금까지 PCPIR 공단 설립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엄격한 면적 기준(최소 면적 요건이 250㎢로 서울의 2/5)적용으로 토지수용 문제가 발생해 주정부들이 공단 설립 지원에 난색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모디 정부는 토지면적 기준을 현 수준의 1/5로 완화하고 주정부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유화책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걸림돌로 지목되는 원료 수급도 PCPIR 정책이 풀어야 할 과제이다. 복지가 들어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유 및 나프타 공급선이 확보되어야 하고 항만 시설도 갖춰야 한다. 중앙정부의 역할은 국영석유회사를 통한 안정적 원료공급을 중재해주고, 공단 개발업체 대상으로 인프라 금융지원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다만 인도 정부의 재정이 충분하지 않아 민간이 참여하는 인프라 펀드를 유도해 부족한 재정을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제약요인들을 감안해 볼 때 모디 정부의 PCPIR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4.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장, 인도 ICT 시장

(1) 주목받는 서비스업과 ICT 투자

자본시장은 제조업 보다는 서비스업 유망성에 주목

현재 모디 정부가 Make in India의 큰 그림 아래 25개 산업을 육성하는 가운데 인도 증시는 상대적으로 서비스 업종의 유망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최근 인도 BSE(뭄바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업종별 주가수익비율(PER)의 중앙값(Median)을 비교해 상위 10개 업종을 도출한 결과 호텔/레저, 금융, 미디어, 부동산, 무역 등 서비스업의 PER 중앙값이 높게 나타났다. 이에 비해 제조업에서는 화학, 식품 등 소수 업종에 한해 투자 매력도가 높은 결과를 보였다. 아무래도 투자자들에게는 제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17%에 머물 정도로 기반이 약한데다, 정부 육성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해 투자 매력도를 낮게 평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 서비스업은 GDP의 55%를 차지해 현재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가장 중요한 산업군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호텔 & 레저, 소비자금융,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무역업 등은 소비자들의 소득증가와 상관관계가 높은 유망업종으로 분류된다. 식품, 의류 섬유 등 필수 소비재 업종은 중산층을 위시한 소비층 확대로 빠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부동산 서비스업은 주거 및 오피스 빌딩 수요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남에 따라 유망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자상거래 분야에 대한 외자 투자 급증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신생 스타트업들은 사모투자(PE : Private Equity)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인도 업체 대상으로 한 PE 투자를 살펴보면, 전자상거래 관련 투자 비중이 가장 높았다. 작년에만 약 44억달러 투자 자금이 유입되어 37%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모디 정부 수립 이전인 2013년 투자 금액과 비교했을 때 6.2배 증가한 것으로, 같은 기간 총투자 금액이 1.8배 증가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모디노믹스의 캠페인 중 ‘디지털 인디아’와 ‘스타트업 인디아’가 인도의 정보통신기술(ICT) 강점에 기반한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창업을 유도한 것에 기인한다. 여기에 거대 소비시장9 잠재력이란 이점이 더해지면서 인도 전자상거래가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마존은 2013년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며 세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최근 월마트(Walmart)도 인도 로컬 전자상거래 1위 업체인 플립카트(Flipkart)를 인수하며 공세를 높이고 있다. 소프트뱅크(Softbank), 알리바바, 텐센트(Tencent) 또한 전자상거래 관련 현지 업체에 지분 투자 규모를 늘리는 형국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기존 전자상거래 시장은 주로 로컬 업체 위주로 경쟁 구도가 형성되었지만 인도 시장에 한해 글로벌 ICT 기업들의 각축전이 조성되는 분위기다. 인도 전자상거래 분야에 글로벌 ICT 기업들의 거대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배경은 무엇일까?

(2) ICT 투자 붐의 배경

전자상거래 관련 외자 지분규제 無

인도에서는 전자상거래에 대한 외자규제가 없다. 모디 정부는 소매유통에 한해 빗장을 걸어두고 있는데 오프라인 상점이 아닌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대해서는 예외적이다. 현재까지 오프라인 소매유통의 경우 단일브랜드(예 : 나이키, 이케아 등) 상점은 100% 외자를 허용하지만, 멀티브랜드(예 : 월마트)에 한해서는 외국인 지분을 51%까지 제한하고 있다.

모바일 인프라 전국망 구축

모디 정부는 2015년부터 디지털 인디아 정책을 시행하며 모바일 인프라 전국망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디지털 인디아는 2019년까지 180억 달러를 투자해 인도 전역에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한다는 목표로 시행되는 정부 정책을 일컫는다. 정부는 공기업 BBNL(Bharat Broadband Ltd.)을 통해 2022년까지 25만개 마을에 광대역 인터넷 보급망을 설치할 예정이다. 정부 외에 릴라이언스(Reliance Industries Ltd.) 등의 로컬 기업들도 관련 분야에 투자하는 민관협력방식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있어 인도 사회의 디지털화 확산에 대한 실효성은 높은 편이다. 이 정책은 궁극적으로 스마트폰 보급률 100% 달성 및 무선망 전국 보급을 지향하고 있다. 농촌에서도 전자상거래를 이용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ICT 스타트업 보유

인도에는 ‘스타트업 인디아’ 정책의 수혜를 받는 다수의 ICT 스타트업이 존재한다. 스타트업 인디아는 고용 창출을 목표로 창업 5년 미만, 매출액 2.5억 루피(388만 달러) 이하인 ICT 기술 기반 기업에 한해 세제 감면, 자금 지원, 절차 간소화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창업지원 정책을 일컫는다. 정부는 창업 후 3년간 노동법 감사 제외, 그리고 법인세 면제 및 특허출원 비용의 최대 80% 환급 등의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이 밖에도 15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여 투자지원금을 제공한다. 이러한 지원책에 힘입어 인도는 5,200개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성공적으로 육성된 다수의 스타트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글로벌 ICT 기업들의 시장 진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될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ICT 기업들은 스타트업 인디아 정책 추진 이후 투자 규모를 확대하거나 신규 투자 빈도 수를 늘리고 있다. 주력 소비계층의 전자상거래 선호모바일 인프라가 전국망으로 갖춰지고, 다수의 ICT 스타트업들이 육성된다고 해도 소비 주체의 모바일 구매 트렌드와 부합되지 않는다면 전자상거래 사업의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렵다. 인도의 핵심 소비 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청년층 및 중산층은 온라인 쇼핑에 대한 이용률이 높은 편이며, 1인당 지출액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인당 온라인 쇼핑몰 지출액은 1,117루피로 2014년 508루피 대비 2배 성장했다. 미국 부동산 투자 컨설팅 업체 CBRE 조사 결과에 따르면, 18~24세 응답자 중 80%가 SNS를 통한 온라인 마케팅이 구매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했다. 이와 함께 모바일 결제에 대한 부담감도 적은 편이다. 작년 화폐개혁을 기점으로 현금 사용이 줄어들고 디지털 결제 금액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3) 글로벌 ICT기업들의 인도 투자 동향

기존 성공 모델을 인도 시장에 이식

글로벌 ICT 기업들은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비교적 진입 장벽도 낮아 경쟁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을 기점으로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가져가는 형국이다.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인도 시장에 공존하며 경쟁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소프트뱅크는 2011년에 바르티와 합작 투자하여 모바일 투자 회사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로컬 12개사를 대상으로 지분 투자를 진행해 왔다. 투자 초기에는 모바일 결제, 컨텐츠 등 서비스 영역 전반에 걸쳐 투자를 진행했다가, 2014년 스냅딜 지분 투자 이후 전자상거래 및 물류 관련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28% 지분을 보유한 알리바바와 연합하여 페이티엠(Paytm)과 스냅딜에 투자하면서 전자상거래 업계의 선두 지위를 노리고 있다. 알리바바는 2015년에 모바일 결제 업체 페이티엠 지분 투자에 참여하면서 인도 투자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소프트뱅크가 이미 지분 투자한 기업 위주로 투자했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중국 사업 모델을 인도에 복제할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하여 지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처럼 재무적 투자자로서가 아닌 향후 사업 주체로서 인도시장 기회를 모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아마존은 2013년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현지 업체를 대상으로 지분 투자를 이어가는 소프트뱅크, 알리바바와 달리 20억 달러를 자체 투자하여 13개 주에 62개 물류센터를 확보했다. 올해 3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여 5개의 물류센터를 건립해 세를 더욱 확장한다. 추가 투자를 이어가며 현지 사업을 확장한 결과 아마존의 인도 전자상거래 점유율은 31%까지 상승해 선두업체인 플립카트와의 격차를 많이 좁힌 2위 업체로 도약했다. 아마존은 뭄바이에 본사를 둔 오프라인 유통체인 쇼퍼스 스탑(Shoppers Stop)의 지분 5%를 2,800만 달러에 매입, 현지에서의 오프라인 유통 기반을 마련하는 등 향후 온-오프라인 유통 융합 대비도 병행하고 있다. 월마트는 2009년에 바르티와 합작 투자하여 창고형 유통점을 설립했다. 2014년 인도 전역에 매장 50개 추가 설립 계획을 발표했지만 인도 정부의 유통시장 개방 지연으로 관련 투자를 보류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는 온라인 역량 강화에 집중하며 인도 ICT 투자 붐에 편승하는 월마트의 변신이 시작됐다. 한 차례 미뤄졌던 50개 매장 설치가 재추진되는 가운데 전자상거래 분야에 대형 투자를 병행한 것이다. 지난 4월 월마트는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플립카트를 160억 달러에 인수11하여 온-오프라인 융합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미국시장에서 온라인 유통 관련 투자규모를 늘리는 기조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은 플립카트, 스냅딜 등 기존 로컬 업체들을 앞세운 글로벌 ICT 업체간 경쟁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현재의 시장점유율과 투자 동향을 살펴볼 때 온-오프라인 연계로 플립카트 수성에 주력하는 월마트와 자체 물류센터의 수를 늘리며 공세를 높이는 아마존 간의 2파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월마트-아마존 간 경쟁이 미국에 이어 인도 시장까지 연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소프트뱅크와 알리바바가 연합하여 공동 투자한 스냅딜과 페이티엠이 합병될 경우 상위 3개 업체 간 경쟁으로 국면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소프트뱅크는 플립카트 지분을 월마트에게 넘겼지만 스냅딜과 페이티엠에 대한 투자자로서 전자상거래 3파전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알리바바의 직접 진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이 글로벌 ICT 기업들의 핫플레이스로 부각될 전망이다. 글로벌 ICT 기업들이 전자상거래 외에 결제, 물류, 클라우드 등의 투자도 늘리고 있어 인도 시장에서의 글로벌 ICT 기업 간 경쟁은 한층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5. 시사점

인도 시장에 대한 객관적 접근 필요

인도 경제는 ‘크고 느린 코끼리’로 상징된다. 1991년 개혁 개방 이전의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연 2~3%의 낮은 성장세가 다반사였다. 뿌리깊은 관료제는 면허경제로 이어지고 부패를 수반했다. 결국 IMF 위기에 몰린 인도는 1991년을 기점으로 체제전환을 시도, 이후 경제시스템이 변화하기 시작하고 성장률도 덩달아 높아졌다. 2000년대 들어서는 브릭스 담론이 유행하면서 인도 시장에 대한 외국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졌다. 그렇지만 인도는 매번 중국과 비교되며 뒷전으로 밀렸으며 성장모델에서도 양국간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다. 인도가 내수 서비스 중심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중국은 수출 제조업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다. 인도가 중국보다 낫다고 내세웠던 민주주의 시스템은 ‘시끄러운 민주주의’로 전락하여 오히려 느린 의사결정의 폐해를 낳았다. 일부 외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도 시장은 어렵다’는 선입견이 점차 신념으로 굳어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2014년 모디 정부의 출범은 또 다른 반전의 계기가 되었다. 인도경제의 내부적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개혁조치들이 추진되면서 사업환경이 개선되고 경제실적도 좋아졌다. 2017년 기준 인구 세계 2위, GDP 규모 6위, 국가신용도 상향 등은 투자자들에게 어필되는 대목이다. 외국투자자들은 다시 ‘13억 인구 잠재력’을 주목하게 되었다. 인도 시장에 대한 양극단의 판단은 주관적인 논증의 결과이다. 목적을 정해 놓고 어느 한 면을 부각시키다 보면 어느덧 결론은 처음 정해 놓은 목적에 맞춰지게 마련이다. 객관적 접근을 위해서는 인도 시장에 대한 다방면의 고려가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시장의 규모만 보지 말고 개인 소비자의 소득 수준도 같이 봐야 하고, 성장률에 집착하기 보다는 성장의 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인도와 같은 개도국 시장일수록 어떻게 접근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며, 유럽과 아시아의 정체성이 혼재된 시장임을 고려하여 더욱 인도 특화형 접근이 중요하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인도는 서구 민주주의를 일찍부터 수용했으면서도 카스트 계급이 존재해 전근대적 관행이 만연한 나라이다. 개혁 개방으로 나아가기는 하지만 그 속도는 빠르지 않다. 외국기업, 특히 한국기업의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걷히고 개혁 개방의 방향만 맞는다면, 이러한 ‘인디안 타임’을 경영 과정에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고 경영자가 인도 시장 진출 의지를 갖고 있다면 큰 방향은 유지한 채 진출 속도는 현지 사정에 따라 조절하는 것이다. 사실 지금은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미래 사업기반을 다지기 위해 당장 갖춰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따져야 하는 시점이다.

제조·판매업의 경우 지역 선정이 매우 중요

모디식 개혁 개방이 느리게 진전되더라도 상대적으로 잠재력이 조기 발현될 지역은 어디일까. 기업의 한정된 경영자원을 광대한 인도시장에 모두 쏟아 부을 수 없다면 자신의 사업 목적상 가장 유리한 지역을 정해야 한다. 소비시장을 공략하는 B2C 업종이라면 델리와 뭄바이를 비롯한 인구 300만명 이상 9대 대도시를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이다. 반면 생산거점을 마련하겠다면 굳이 대도시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대도시와 인접하면 좋지만 비싼 토지비용을 감안하면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교외 지역이 유리할 수 있다. 인도에는 중앙정부 외에 29개 주정부가 존재하고 독자적 권력이 있기 때문에 주마다 개혁 개방의 온도 차가 존재한다. 모디 총리가 소속된 BJP가 집권하고 있는 주정부가 개혁 개방에 적극적이다. 서부 마하라슈트라 주, 북서부 라자스탄 주, 델리 서부 하리아나 주, 북동부 아삼 주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은 지난해 7월부터 시행 중인 부가세(GST) 정착에도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중앙정부가 손대지 못하는 노동과 토지개혁도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라자스탄 주는 엄격한 해고의 기준이 되는 사업장 규모를 100인에서 300인으로 이미 상향 조정했다. 한편 GST 도입과 함께 온라인화의 빠른 진전으로 인도는 전국시장화의 초기단계에 진입했다. 오프라인 유통의 발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전자상거래와 직배송 시스템으로 발전할 여지가 존재한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관점의 접근법과는 다른 방식을 요구할 수도 있다. 전국 시장을 커버하기 위한 물류거점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될 가능성이 커졌다. 글로벌기업들의 참여가 늘수록 잠재력은 조기 실현인도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된 뒤에야 비로소 기업이 진출하는 단선적 방향이 아닌 상호 피드백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외국 기업의 투자가 시장을 키우고 여기에 자극받아 다른 외자진출이 늘어날 경우 향후 개혁 개방은 대단한 폭발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국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업간 경쟁이 단기간 치열해지는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 ICT기업의 전자상거래  모바일 서비스 관련 투자 규모 확대와 일본 전자기업들의 라인 증설 투자 확대 움직임은 모니터링 및 선대응이 필요한 이슈이다. 예를 들어 중국 알리바바가 지분투자에 그치지 않고 인도 모바일 생태계에서 ‘제2의 중국’을 지향하며 플랫폼에 직접 진출할 경우 인도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와 같이 알리바바의 강력한 협상력과 마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일본 제조업체들의 인도 진출 확대 역시 한국 전자와 자동차의 인도 사업에 위협 요인이 될 전망이다. 우리 기업들이 리스크를 감수한 선제적 시장대응까지는 어렵더라도 제조분야에서 가시화된 경쟁위협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맞대응해야 될 시점을 맞이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글로벌 ICT 투자가 급증하는 상황은 우리 기업에게 기회요인이 될 수도 있다. ICT 관련 기업 M&A 또는 지분투자 참여 기회 마련은 물론, 전자상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납품기회가 많아지고 물류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인도 관련 투자자 또는 투자기업, 중소 납품업체, 그리고 물류업체 등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는 예상보다 느리게 발전해 왔지만 모디 정부 이후 시장친화적 방향이 어느 정도 정착되면서 외자기업들의 진출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지고 있다. 인도의 불확실성이 약화되고 외자 기업 진출이 늘면서 나타나는 상승 효과에 주목한다면, 우리 기업들의 대응은 늦었는지도 모른다. 과거 인도에 대한 선입견을 최대한 배제하고 제로베이스에서 인도 시장 접근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출처 :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