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우리 삶의 방식을 바꿨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뉴스 읽기, 최신 유행에 따라 쇼핑하기, 영화 티켓이나 다음 여행을 위한 항공권 구매, 사무실 혹은 집에 앉아서 음식 배달시키기 등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통해 맥도날드나 피자헛, KFC와 같은 많은 패스트푸드 체인들의 온라인 주문이 가능하다. 많은 레스토랑들은 고객들이 디지털 메뉴를 보고 터치로 음식이나 음료를 고를 수 있도록 아이패드를 제공한다.

이와 같이 우리는 기술의 발전이 준 편리함을 즐기고 있지만 과연 디지털 세상이 어떻게 삶을, 더 나아가 선택을 바꾸었는지는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홍콩중문대(CUHK) 경영대학원이 내놓은 연구 논문 '컴퓨터 인터페이스와 직접 터치 효과: 아이패드가 유혹적인 음식을 선택할 확률을 더 높일까?'는 이 질문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을 보여준다. 

이 연구 논문은 CUHK 경영대학원 마케팅전공 담당인 하오 션과 멩 장 부교수가 미시건주립대 로스경영대학원 아라다나 크리쉬나, 드와이트 F. 벤튼 교수와 함께 진행한 연구 결과다. 연구진은 음식 선택 분야에서 활용되는 맞춤형 모바일 앱과 같은 기술의 증가 추세를 관찰한 뒤, 이러한 디지털 기기가 소비자들의 음식 선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하여 질문했다. 

이 연구는 5개 실험실에서 홍콩 소재 대학 두 곳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진은 고객들이 음식 선택을 할 때 터치스크린의 유무가 선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시험했다. 사진 메뉴를 온라인으로 보고 음식을 고를 때 스크린을 터치하는 것과 마우스로 클릭하는 데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관찰한 것이다.

1차 연구에서 학생들은 유혹적인 음식인 치즈케이크 한 조각과 실용적인 음식 샐러드 중 하나를 고르라는 지시를 받았다. 선행 시험을 거친 결과 이 두 선택지는 효과적으로 월등하거나 지각적으로 월등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룹은 둘로 나뉘어 한 그룹은 아이패드 터치를 사용하고 다른 그룹은 마우스가 딸린 데스크탑을 배정받았다. 

이때 선택 버튼 간의 거리가 선택에 영향을 주는지도 알아보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핫초코와 차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이 실험에서는 단지 선택 버튼이 음식 사진에 가깝거나 멀리 떨어져 있는 점만 다르게 설정했다.

직간접 터치여부가 차이를 유발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또 다른 실험의 경우, 한 그룹에는 터치펜을 주고 다른 그룹에는 손가락으로 직접 선택하게 했다. 또 다른 그룹은 마우스가 딸린 데스크탑이 주어졌다. 이때의 선택사항은 식품인 아이스크림 컵과 식품이 아닌 것 USB이었다.

직접 터치와 정신 사이에는 상호작용이 있다

모든 연구과정은 연구자들의 가설을 옳았다는 것을 입증하여 주었다. 스크린을 터치하는 행위는 상품과 정신 간 상호작용을 일으켜 소비자들로 하여금 실용적인 식품 대신 유혹적인 식품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연구자들은 이 현상을 ‘직접 터치’ 효과라고 불렀다.

참가자들이 터치펜을 이용해서 스크린을 터치할 경우 이러한 ‘직접 터치’ 효과가 발생하지 않았다. 터치펜 사용은 마우스를 사용한 클릭과 차이가 없었다.

션 교수는 “아이패드를 이용해 스크린을 터치하면서 음식을 고른 소비자들은 실용적인 음식보다는 유혹적인 음식을 고르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 경우 샐러드보다는 치즈케이크를 선택하는 확률이 더 높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크린을 터치하는 행위는 우리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장 교수는 “직접 터치 효과는 유혹적인 음식에 대한 우리의 자연스런 반응과 유사하다. 즉, 그것을 쥐려는 즉각적인 충동이다. 아이패드 메뉴로 치즈케이크 사진을 만질 때, 마치 현실에서 치즈케이크를 잡기 위해 손을 뻗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충동은 실용적인 음식인 샐러드 등에 대해서는 덜 강하게 나타난다. 유혹적인 음식을 클릭하는 게 아니라 손으로 만지는 행위는 보다 높은 구매 의사를 불러일으키기 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정책결정자들과 마케터들에게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고 교수들은 말했다.

션 교수는 “과거 연구에서는 터치 행위가 사물에 대한 효과적인 반응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충동 구매 행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소비자들에게 유혹적인 음식 이미지를 터치하게 하는 것 만으로도 소비자들이 음식을 쥐는 것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게 하고 구매욕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하다는 점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더 넓은 범위에서, 이번 연구는 공공분야 정책 도입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건강에 좋지 못한 음식을 포함해 음식을 선택할 때 응답 모드의 차이가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션 교수는 “우리 연구는 직접 터치가 유혹적인 선택지를 고를 확률을 높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만약 컴퓨터 인터페이스가 우리 음식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소비자들과 정책 담당자들은 이러한 효과를 염두에 두고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도록 하는 정책이 도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마케팅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연구는 소비자들로부터 원하는 선택을 이끌어내기 위해 레스토랑들이 다양한 컴퓨터 인터페이스를 활용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들어 더 많은 레스토랑들이 효율성을 위해 터치스크린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