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이후 IT혁명은 혁신을 견인해 왔다. PC의 전성시대, 인터넷의 등장, 스마트폰의 세계적 확산 등 IT혁명의 모습은 단계적으로 변화했다. 이러한 IT혁명은 정보거래 비용을 낮추어 제조업의 글로벌 입지를 변화시키는 데에도 영향을 주었다.
1990년대 이후 제조업이 급속히 신흥국으로 이전되고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독일에서는 제조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IoT(Internet of Things)를 제조 현장의 혁신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었으며, IT 강국인 미국에서도 GE 등 전통 제조업체를 포함해서 IoT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각 선진국들이 IoT를 활용한 제조업의 부활에 나서는 가운데 일본 산업계도 IoT의 확산이 제조업의 형태까지 혁신하는 파급 효과에 대해 고민하면서 다양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일본 제조업은 1980년대 후반의 전성기와 비교하면 국제적 위상이 크게 하락했지만 여전히 전자부품, 기계, 자동차, 특수 소재 분야 등에서 세계최강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들의 새로운 경쟁력 강화 전략은 항상 우리나라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제4차 산업혁명이나 Io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거대담론적인 논의도 많지만 제조 현장 등에서 실제로 IoT를 도입하여 성과를 올리고 있는 사례는 많지 않다. 정책 논의도 총론적 방향성 차원에 머물고 기업 현장과 연계된 전략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일본 산업계의 현황을 보면,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IT혁명 과정에서 일본기업이 낙후되지 않을까 긴장하는 모습이다. 마치, 1990년대에 세계최강의 경쟁력을 가졌던 일본 전자산업이 디지털 혁명 과정에서 모듈형 생산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급속히 경쟁력을 상실한 바와 같이 앞으로 이러한 IT 혁명의 와해적인 충격이 기계, 자동차, 소재 산업 등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냉장고, 토스터가 인터넷과 연결된다고 무조건 새로운 가치가 추가되는 것은 아니지만 각종 제품, 기계에 센서가 탑재되고 사람과 재화, 재화와 재화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하려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기존 제조업에도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IoT 흐름에서 일본은 국제적인 기
여도가 떨어져 제조업 기술혁신에서 소외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IT강점을 가진 미국과 제조 강점이 있는 독일의 연계적인 제조 혁신 과정에서 제조업의 형태가 IoT로 변모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고 일본은 IT주도 기업의 하청적인 위치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일본기업의 시각을 중심으로 IoT 트렌드를 살펴보고 IoT 대응 사례를 보기로 한다. 그리고 본고에서 전제로 하는 IT혁명의 새로운 단계로서의 IoT는 다음 그림과 같은 인식을 전제로 한다. 즉, IoT와 비슷한 개념 자체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센서의 고도화?저가격화,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한 자동학습 기능에 힘입어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연결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고도화되는 것이 IoT 단계라고 전제한다.

독일의 Industry 4.0

일본기업과 함께 일본 경제산업성, 일본 총무성 등은 독일이나 미국의 사례를 검토하고 일본이 독자성을 가질 수 있는 분야를 탐색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공장자동화가 진행되고 IoT도 별 다를 것 없다고 느끼는 실무자도 많기 때문에 일본 경제산업성에서는 IoT 관련 관민합동 연구회 등을 통해 기존의 정보화 사회와 IoT 사회의 차이를 강조하고 있다.
일본의 각종 연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용을 보면 독일의 Industry 4.0이 단순히 공장 자동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 독일내의 각 공장이 같은 플랫폼 기반에서 개발 및 생산 분업하고 △ 기계를 스마트 머신으로 혁신하는 것 등이 주목되고 있다. 독일의 Industry 4.0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통합적으로 연결하여 플랫폼 기반으로 창조적인 부가가치를 추구하는 스마트 공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가상공간과 실제공간이 융합적으로 관리 되면서 효율성의 제고와 함께 다품종 customization 등이 가능해진다.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의 강자인 SAP가 주도하면서 ERP를 제조 장치와 연결하는 노력, 지멘스의 디지털 설계 제조기반 기술과 연결하는 노력이 핵심적 활동이며, 독일정부의 지원을 대폭 받고 있다.
플랫폼 기반의 개발 및 생산 측면에서는 IT의 TCP-IP 통신 언어와 제조기반의 각종 제어 규격을 원활하게 연결하기 위한 보안성이 높은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있다. 이를 위해 독일산업계의 규격 공통화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그리고 단순 연결에 그치지 않고 빅 데이터, AI를 통한 생산성 및 제품 혁신성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스마트 머신 측면에서는 각종 기계에 AI가 탑재되고 인간과 함께 유연하게 작업하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 지능형 로봇과 함께 3D 프린터, 자동 운반차 등이 독일공장에서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작업 시간의 단축, 원재료 낭비 억제, 불량 억제 등에서의 효과를 통해 인간근로자는 보다 창조적 작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유도되고 있다.

미국의 Industrial Internet

일본기업 및 정부는 벤치마크 대상으로서 미국의 Industrial Internet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Industrial Internet은 독일의 Industry 4.0과 유사하지만 데이터 기반의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지향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GE는 Industrial Internet을 통해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강조하고 있다.
Industrial Internet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있는 GE는 제조업체로서 서비스 분야를 강화하면서 가상공간과 실제공간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장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GE는 산업기기 분야에서 플랫폼을 장악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하면서 기기 관련 서비스에서 수익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미국계 IT기업의 제조업 진출도 확대되고 있다. 구글이 자율주행차의 상업화에 주력하는 등 미국 IT기업들이 IT와 제조업의 융합 과정에서 IT 강점을 활용해서 제조업 질서를 변화시키고 있다. 아마존이 음성조작이 가능한 인공지능을 탑재한 가정 내 비서 역할을 하는 스피커 형태의 Amazon Echo를 출시해 가전시장에도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는 가정 내의 각 전자제품을 제어할 수 있으며, 유저는 말로 조작이 가능하며, 유저가 필요한 물건을 전자상거래 주문도 대행해준다.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공장을 강조하는 것이 독일의 Industry4.0이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Industrial Internet은 제조보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중심적이다. Industrial Internet은 제조업의 진화가 아니라 비즈니스모델의 혁신적 창조를 강조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전통 제조업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화를 지향하고 있는 전통제조업체인 GE의 성공여부가 주목된다.

일본이 지향하는 IoT

일본의 IoT 대응은 미국이나 독일과 달리 통합적인 비전이나 규격통일화 조직체계가 다소 미약하다. 각 일본기업들이 개별적으로 대응책을 강화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경제산업성 등에서도 CPS(Cyber Physical System) 비전이 제시되고 있다. 일본의 CPS 비전은 제조뿐만 아니라 인프라를 포함한 사회 전체 차원에서 데이터 구동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이 그 기반이 되는 모노즈쿠리 플랫폼을 주도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은 데이터가 비즈니스 원동력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IT가 모든 재화에 탑재됨으로써 공장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현실세계에서 데이터를 가공한 지식정보가 고객 부가가치의 중심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CPS를 통해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 인프라를 망라한 사회 전체의 시스템 개혁에 나서겠다는 것이 일본의 CPS 전략이다.
그리고 제조업의 구조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일본은 모노즈쿠리 플랫폼을 주도해 나간다는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등이 구상하는 모노즈쿠리 플랫폼은 서비스 플랫폼과 제조 플랫폼의 2층 구조로 연결된다는 구상이다. 서비스 플랫폼의 경우 유저와 제조자를 연결하는 가치 공유 및 서비스 연결 시스템을 갖는다고 한다. 또한 제조 플랫폼은 복수의 제조 현장, 복수의 기업을 실시간으로 연결하게 된다.
각종 재화나 서비스를 인터넷과 연결하여 전통적인 제조업도 혁신하려는 구미 각국의 IoT(Internet of Things) 트렌드를 조망하면서 일본 산업계도 IoT에 대응하기 시작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본의 경우 각 기업이 각자 IoT에 대응하는 모습이 강해 독일의 관민협조형 Industrial 4.0와 같은 강력한 구심점이 없고 미국의 GE를 비롯하여 IBM, 인텔, 시스코시스템즈 등 180개사 이상이 참여한 Industrial Internet Consortium와 같은 민간주도의 강력한 추진체제도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기업이 각자 IoT 전략을 강구하는 한편 최근에는 미국, 독일과의 협력 및 연계도 모색되고 있다. 히타치제작소, 도요타자동차 등 IoT 제조 유력 기업이 미국기업연합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IoT 추진 컨소시엄' 이 미국의 Industrial Internet Consortium 등 2개 단체와 각서를 교환하고 협력하기로 했다].
일본기업이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통신, 센서의 규격, 플랫폼의 형태, 통신보안 기술에 대해 미국, 독일과의 협의와 공동 실증실험을 실시할 방침이다. 아울러 경제산업성은 앞으로 미국, 일본, 독일 간에서 IoT 표준화 협력을 모색할 방침으로 있다.

출처 :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