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은 전자정보 제조 분야의 완결된 산업 클러스터와 혁신생태계에 힘입어 글로벌 하드웨어 기업의 혁신과 창업의 천국으로 떠올랐다. 첨단기술 제품의 수출입이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0% 수준을 넘어섰다. 선전시 정부는 자금, 인재, 제도 측면에서 스타트업 기업들의 도우미를 자처한다. 대표적인 것이 선전 증권거래소 창업판이다. 첸하이(前海)금융자산거래소, 첸하이 주식거래센터 등도 스타트업 기업과 투자자본의 융합을 촉진하고 있다. 선전시 정부는 500억 위안 규모의 창업투자 (유도)기금을 기반으로 스타트업 기업과 은행을 연결시켜주는 정부 차원의 플랫폼도 구축했다. 현재 선전시 소재 벤처캐피탈(VC)과 사모펀드(PE) 등은 모두 4만6천 개에 달한다. 국가 차원의 ‘천인계획’ 외에도 선전시 정부는 해외의 창업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공작계획(孔雀计划)’를 시행하고 있다. 2015년 말까지 총 77개 창업 팀과 1,219명의 해외 고위급 인재를 초빙했다. 유학생 창업에 대해서도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준의 지원을 해준다. 덕택에 2015년 선전시의
유학 귀국자 창업 비율은 35%에 달했다. 선전시 정부는 중국 내륙에서 보기 드문 원스톱 서비스를 자랑한다. 중국 전역에서 최초로 상업등기 전 과정을 인터넷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업은 3업무일내로 영업허가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전국 평균은 14영업일이다. 혁신적인 창업 환경 덕택에 선전시의 VC PE는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해외의 파트너를 찾아낼 수 있다. 미국의 하드웨어 인큐베이팅 전문기업인 HAX는 매년 정기적으로 미국의 대학 혹은 실리콘밸리의 창업 팀을 선전에 데리고 와 인큐베이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선전은 전 세계 태블릿의 50%, 휴대폰의 40%을 생산
할 수 있으며, 관련 부품은 말할 것도 없다. 전자정보 제조의 대규모 클러스터를 구축함으로써 ‘저비용으로, 대규모의, 빠
른’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IT분야 하드웨어 창업자들은 이곳을 떠나기 어렵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VR(가상현실) 기기의 경우 선전에서는 9달러면 기본 모델 한대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이같은 원가 경쟁력의 배경은 크게 3가지다. 저렴한 노동력, 규모의 경제성, 제조체인의 합리적인 배치가 그것이다. 2014년 선전시의 공업 종사자 1인이 1위안의 공업 부가가치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임금은 0.26위안으로, 베이징(0.28위안)과 상하이(0.29위안)보다 저렴하다. 선전시의 방대한 전자정보 제조업체들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있어 부품 원가도 저렴하다. 2015년 선전시 일정 규모 이상의 전자정보 제조기업은 1,877개에 달했는데, 중소규모까지 포함시키면 무려 1만3,000개에 달했다. 반면 베이징은 일정 규모 업체 수가 299개에 불과했다.

선전시 동북지역 룽강(龙岗)구에는 주로 변압기, 발광 다이오드 등 부품생산 기업이 집중돼 있다. 서쪽 바오안(宝安)구에는 콘덴서, PCB 등 업체가 몰려 있다. 이들 부품단지는 선전의 종횡 고속도로망과 연결돼 서로간의 도로거리가 최장19㎞를 넘기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선전시의 중소 하드웨어 공장은 ‘재고 제로(0)’를 유지하는 곳이 적지 않아 원가 절감에 유리하다.
선전 시에는 전자정보 제조업체가 압도적으로 많아 대규모의 생산능력을 지니고 있다. 최신 생산기술에 매우 민감하고, 생산직 인력들의 시내 업체간 유동이 빈번하기 때문에 각 제조업체들은 비슷한 수준의 생산능력과 효율성을 보유하고 있다. 일단 업계 내 새로운 혁신제품이 나오면, 각 업체들은 앞다투어 남들보다 먼저 모조품이라도 생산하려 한다. 그래야만 높은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남보다 한 걸음만 뒤늦어도 신기술 제품은 시장 전체에 깔리고 이윤을 보장하기 어려워진다. 선전 제조체인의 광속(光速) 경영은 생존의 필수조건이다. 선전에서 창업을 하면, 손쉽게 파일럿 생산이 가능하다. 제조 단계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해결할 수 있고, 바로 다음 테스트 생산으로 넘어가 전체 시간과 경비를 절약할 수 있다.

출처 :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