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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바둑 대결인 이세돌-알파고 경기의 이면을 살펴보면, 디지털 경제의 다양한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다. 알파고의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이번 이벤트의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인공지능

과거 산업혁명 이후 기계는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면서 생산성을 높여주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이제 기계가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지적 노동의 영역까지 대신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번 ‘알파고 쇼크’를 통해서 SF소설이나 일부 미래학자 등에 의해서 주장되었던 미래가 그리 멀지 않았음을 다수의 일반인들도 체감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OTT(Over The Top)

이번 대국은 국내 지상파, 케이블 TV 방송국뿐만 아니라 유튜브(YouTube), 인터넷 포털 등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서 PC와 모바일 기기를 가진 전세계 시청자에게 중계될 수 있었다. 이미 넷플릭스 등의 OTT 서비스가 활성화된 미국에서는 케이블 TV, 위성 TV 등 유료 방송을 해지하는 ‘Cord Cutt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네이티브 광고(Native Advertising)

네이티브 광고는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광고를 말한다. SNS와 모바일 기기의 확산에 따라 주로 온라인 언론사를 중심으로 채택되고 있는 새로운 광고방식이다. Google DeepMind Challenge Match라는 타이틀의 이번 이벤트는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인간과 인공지능의 바둑 경기라는 콘텐츠를 제공함과 동시에 구글 딥마인드와 알파고의 존재도 홍보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고 평가된다는 점에서 네이티브 광고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알파고는 대국이 펼쳐진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 있는 구글의 클라우드 컴퓨팅 센터를 통해서 구동되었다. 지구촌 어디에서든 인터넷에 연결될 수 있다면 슈퍼컴퓨터급의 컴퓨팅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딥러닝

알파고는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딥러닝(Deep learning)의 발전에 기반하고 있다. 201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딥러닝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발전뿐만 아니라 알고리즘의 학습을 가능하게 한 풍부한 데이터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하였다. 데이터는 ‘21세기의 석유’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자원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

알파고의 인공지능 기술은 바둑뿐만이 아니라 의료 등 다른 분야에서도 응용 가능한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범용인공지능)를 지향하고 있다. 오늘날 인공지능을 포함한 정보통신기술은 범용기술로서 경제 전반의 혁신 기반이 되고 있다. 다수의 비즈니스나 기술들이 ICT와 융합되어 탄생하고 있다.

극단적인 디지털 자동화의 미래 “API Economy”

API는 Application Programing Interface의 약자로 사용자와 소프트웨어간의 의사소통을 위해서 사용되는 UI(사용자 인터페이스)와 달리 소프트웨어와 소프트웨어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인터페이스이다. 전세계 API를 집계하고 있는 ProgrammableWeb에 따르면 2005년 6월 1개로 시작했던 API는 2016년 3월 현재 14808개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디지털 플랫폼들은 API를 통해서 다양한 상호작용을 자동화하고, 추가적인 작업을 위한 한계비용을 거의 없애버렸다. 예를 들어 ‘IFTTT’라는 인터넷 서비스는 조리법(recipe)으로 불리는 명령문을 통해 페이스북, 유튜브, 구글메일 등과 같은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들을 연동시켜서 자동화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특정 메일이 도착할 시 특정 SNS에 글을 올릴 수 있도록 간단히 설정할 수 있다.
디지털 경제에서의 자동화는 잘개 쪼개어진 task(업무)들을 API를 통해서 자동화하는 방식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자동화의 양상은 구체적으로 API를 경계로 일자리가 이분화 되는 것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실리콘밸리의 데이터 분석 전문 회사 Segment를 설립한 피터 라인하르트(Peter Reinhardt)는 미래에는 사람의 일자리가 API 위의 일자리(Above the API Jobs)와 API 아래 일자리(Below the API Jobs)로 나누어 질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그림 6>은 API를 업무를 지시하는 일자리와 API를 통해서 전달받은 업무를 수행하는 일자리가 있으며, API 아래 일자리는 디지털 자동화로 로봇에 의해서 대체될 것임을 나타낸다. 지난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시 알파고 대신 바둑돌을 놓은 아자 황의 역할이 API 아래에 해당하는 일자리가 되고, 구글을 포함한 알파고의 인공지능을 만든 딥마인드 개발팀이 API 위의 일자리가 되는 것으로 비유해 볼 수 있다.

출처 : LG경제연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