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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그리고 최근 일본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금융기관들이 중앙은행에 맡기는 예치금 중 중앙은행이 판단하기에 지불준비 등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즉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부분에 대해 플러스 금리가 아닌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것이다. 이는 금리 인하, 양적 완화 등을 통해 풀린 돈을 다시 중앙은행으로 들고 와 안전하게 맡기려는 은행 등 금융기관들에게 자금 예치에 대해 일종의 ‘페널티’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방식이 상황이 어려워진 은행들을 채권매입 등 유동성공급의 형태로 ‘도와주던’ 방식에서 가지고 있는 돈을 시중에 더 풀라고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통해 중앙은행이 기대하는 통화완화의 효과는 일반적으로 대출 확대를 통한 가계의 소비 증가 및 기업의 투자 증가, 시중금리 하락을 통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 경감, 자국 화폐가치 평가 절하를 통한 수출 증대, 기업 실적 개선을 통한 주가 상승, 수입 물가 상승 등을 통한 디플레 우려 완화 등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수익성 악화, 은행들의 예금금리 인하 등을 통한 가계 부문으로의 부담 전가, 가계의 이자 소득 감소 및 소비 위축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마이너스 예금 금리 심화에 따른 가계의 예금 인출 확산 및 뱅크런 현상으로 인한 은행의 유동성 위기, 자금 운용처 부족에 따른 국채 가격 급등으로 국채가격 버블 형성 및 붕괴에 따른 충격 리스크도 있다. 결국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인지, 부정적 효과를 낼 것인지 여부는 금융기관들의 실제 대출 확대 정도, 금융기관들의 수익성 및 건전성 유지 여부, 금융기관들의 개인고객들에 대한 부담 전가도 및 예금금리 인하 폭, 자국 화폐가치 평가 절하의 현실화 여부, 가계의 현금 선호 심리 정도 등 변수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관심을 모으는 것은 고액권 화폐의 존재 및 역할이다. 최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고액권이 테러, 마약거래 등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고 지하경제가 확산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500유로 등 고액권 화폐의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이 고액권 폐지를 검토 중인 데에는 또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액권 화폐가 존재함으로써 현금으로 재산을 보관하고 거래를 하는 것이 용이할수록 마이너스 금리가 심화되는 경제 환경 하에서 가계의 현금 인출 및 보관, 뱅크런 현상,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기, 자산 가격 버블 형성 등 부작용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반면, 소비와 투자 활성화 등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아진다.

코코본드(CoCo bond)

조건부 전환가능 채권(contingent convertible bond)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해당 채권을 발행한 은행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는 등 미리 정해진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해당 은행의 자본으로 전환되거나 상각되는 채권이다. 은행이 도산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이익이 크게 줄어드는 경우 주식에 대해서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채권임에도 불구하고 이자 지급이 중단될 수 있다. 즉 원리금 보호 순서상 일반적인 선순위 채권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후순위 채권보다도 뒤인 후순위 채권이다. 이러한 특성들로 인해 매우 위험도가 높은 채권이며, 실제 코코본드의 발행자 대부분이 투자적격등급의 금융기관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발행하는 코코본드는 대부분 투기등급이거나 등급 없이 발행된다.
코코본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발행액이 크게 늘었는데 이는 금융감독기관, 채권의 공급자인 은행, 채권의 수요자인 투자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의 자본 요건을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새롭게 도입된 바젤Ⅲ 하에서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코코본드를 발행하여 인정자본을 확충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코코본드는 은행의 상황이 어려워질 경우 자동적으로 자본 전환되거나 상각됨으로써 은행의 신용위기를 막기 위한 보완자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당국 입장에서 코코본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 부실화로 인해 크게 늘어났던 정부의 지원 부담을 줄이고 은행 부실화시 해당 은행에 투자한 민간부문 채권자, 즉 투자자들의 손실 부담 범위를 늘리려는 목적에 부합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한 글로벌 금융규제의 강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안전 장치의 일환인 셈이다. 또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잠재된 높은 리스크를 감안하여 높은 이자율이 제시되는 코코본드가 전세계적인 저금리 상황 하에서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었다. 그 결과, 코코본드 발행액은 2015년 기준 소시에떼제네럴 은행이 70억 달러(8조 6천억원), 도이치뱅크가 60억 달러(7조 4천억원) 수준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출처 :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