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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많은 기업들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저성장기를 맞아 기존 사업에서 벗어나 중국 등 후발업체가 따라오기 어려운 고도화된 사업구조를 추구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IBM은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그러나 최근 IBM의 상황은 혁신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고 한두 번 변화에 잘 대응했다고 해서 미래를 보장받을 수도 없다.
1911년 설립된 IBM은 이미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 IT기업이다. 그러나 이런 오랜 역사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루 거스너가 단행한 기업의 변신과 이를 통한 재도약 과정이다. 1993년부터 CEO를 맡게 된 루 거스너는 적자상태인 IBM을 부활시키기 위해 전략방향부터 일하는 방식, 기업문화까지 송두리째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를 단행했다. 통합(end-to-end) 솔루션 회사로의 변화 방향을 명확히 하고 고객 중심의 솔루션 영업역량 강화, ‘하나의 IBM’을 만들기 위한 의사결정 구조 및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실행했다. 그리고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위기감을 고취하고 성과중심의 문화와 보상체계를 정립함으로써 ‘코끼리를 춤추게’한 과정은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에게 큰 모범이 되었다.

IBM의 현황과 원인

이미 오랜 역사를 가진 거대 기업이 사업구조와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IBM은 루 거스너의 리더십 하에 변신에 성공하여 매출과 기업가치 상승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IBM 상황을 보면 이러한 과정이 지속되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루 거스너를 이어 2002년부터 CEO를 맡은 사무엘 팔미사노는 정통 IBM 출신으로 B2B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화를 더욱 가속화했다. 2002년에는 PwC의 컨설팅부문을 약 35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서비스 역량을 고도화하고 2005년에는 PC사업을 중국의 레노버에 매각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최근 PC사업이 겪는 어려움을 고려하면 이 때의 결정은 미래를 내다보는 바른 선택으로 평가할 만 하다. 그러나 팔미사노의 뒤를 이어 2011년부터 CEO를 맡은 지니 로메티가 보여준 성과는 그리 좋지 않은 상태다. 한때 200달러를 상회하던 주가는 140달러 아래로 하락하고 있다. 미국 주요기업의 성과를 보여주는 S&P 500 지수와 비교하면 그 격차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한때 IBM이 미국의 100대 IT기업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의 비중이 80%에 육박했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주가하락은 심상치 않다.

IBM의 주가가 하락하는 원인은?

이와 같이 최근 IBM의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실적 악화에 그 원인이 있다. 최근 10년간 매출과 순이익률을 보면 2008년 금융위기로 다음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8% 하락한 것을 제외하면 2011년까지의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 수익성과 주주가치를 중시하던 팔미사노의 정책에 힘입어 순이익률은 계속 상승세를 어어 왔다. 그러나 로메티가 CEO를 맡은 2011년 이후 매출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2014년에는 순이익률마저 떨어지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특히 메인프레임과 서버, 스토리지의 판매를 중심으로 하는 System & Technology 사업부문의 매출 하락이 두드러진다. 2007년에는 이 사업부문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20%를 상회했으나 2014년의 경우 10%를 조금 넘는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반해 소프트웨어와 Global Technology Service 부문의 매출 비중이 상승세를 보였다.
이 같은 결과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중심의 솔루션 사업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그리고 IBM에서 발표한 것처럼 달러강세와 경기침체에 따른 신흥국의 매출 급감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특히 작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년 동기 대비 중국에서 약 17%의 매출감소를 겪고 있으며, 중국을 포함한 BRICs 국가 매출이 30% 급감했기 때문에 전체 매출 감소가 불가피했다는 IBM의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그러나 시장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의문을 제기한다. 가장 큰 부분이 최근 클라우드로 급변하는 IT시장 환경에서 IBM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그림 5>의 시너지 리서치 그룹(Synergy Research Group) 자료에 따르면 현재 아마존이 클라우드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쫓아가는 형국이다. IBM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다. 2014년 1분기와 2015년 1분기를 비교하면 IBM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대적으로 낮지만 성장률 측면에서도 경쟁사 대비 부진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3년 미국 CIA가 추진한 클라우드 프로젝트에서도 아마존에 밀려 수주에 실패하고 말았다. 오랜 기간 미국 공공IT 시장의 절대강자로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던 IBM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밖에 없는 결과다. 특히 아마존 대비 낮은 가격으로 입찰하고도 성공하지 못했다.
또한 최근 미 정부가 클라우드 우선 정책을 펼치는 것은 IBM을 더욱 어려움에 처하게 하고 있다. CIA에 이어 미연방항공국(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 FAA)도 클라우드 도입을 선언하고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를 클라우드 사업자로 선정했다. 다행히 기존 데이터센터를 클라우드와 같이 하이브리드 형태로 운영할 예정이기 때문에 IBM이 고객을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랜동안 파트너십을 유지해 온 FAA마저 경쟁사를 클라우드 사업자로 선정한 것은 뼈아픈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결과가 메인프레임 등 하드웨어 사업에 국한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바클레이즈(Barclys)의 분석에 따르면 IBM은 새로운 메인프레임이 출시되면 그 영향으로 먼저 하드웨어 매출이 상승하고 이어서 1~2분기 후에 소프트웨어 및 유지/보수와 관련된 서비스 매출이 상승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체 매출에서 메인프레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이하이나 관련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사업까지 고려하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상회한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과거에는 새로운 메인프레임을 발표하면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하여 주가가 올라갔지만 최근에는 신제품 출시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움직이지 않거나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클라우드로 대표되는 IT환경 급변에 IBM의 대응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한번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

루 거스너 시절 IBM은 제조업 중심에서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서비스 혁신을 통해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모범적인 기업이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 IBM의 상황은 혁신기업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지속적으로 IBM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에 보수적인 그였지만 2011년부터 IBM에 대한 투자를 시작하여 이미 큰 손실을 입었음에도 지분을 계속 늘리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작년 11월 미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자료에 의하면 9월말 기준 버크셔해서웨이가 보유 중인 IBM 주식은 8,100만주로 6월말보다 150만주가 더 늘었다. CNBC와의 인터뷰에서 워런 버핏 회장은 “IBM의 주가가 빠졌을 때 더 사는 게 좋다”고 말해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주었다.
이와 같은 위런 버핏 회장의 행보에 대해 포브스지는 ‘버핏 회장은 알지만 다른 이들은 보지 못하는 IBM(What Warren Buffet Sees In IBM, Others Are Missing)’이라는 제목으로 IBM이 가지고 있는 저력에 대해 언급했다. IBM은 지금까지 축적한 혁신역량과 가시화되는 신사업 성과, 세계 5위의 브랜드 가치 및 애플 등 주요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체스 챔피언을 꺾은 데 이어 2011년 전설적인 퀴즈쇼 우승자들을 이겨 인공지능의 잠재력을 어느 기업보다 강하게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던 IBM은 ‘왓슨’의 인공지능 역량을 고도화하기 위해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등 어느 기업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의료부문에서 역량강화와 고객 확보를 위해 세계 최대 병원으로 유명한 메이요 클리닉을 비롯해 의료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에픽 시스템즈 등과도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적극적이다. 이미 예일대 부속 암센터 등 14개 암전문 병원과 공조체계를 유지해왔는데 지속적으로 협력기관을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최근에는 헬스분석 전문 업체인 익스플로리스와 피텔을 인수하고 애플을 비롯해 존슨&존슨, 메드트로닉 등과의 협력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익스플로리스와 피텔은 5000만명이 넘는 환자에 대한 임상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애플은 ‘헬스킷’이나 ‘리서치킷’을 통해 수집된 고객의 영양상태나 심박수 등 각종 의료정보를 IBM에 제공할 것이다. 또한 의료부문 외에도 왓슨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민간 일기예보 업체인 웨더컴퍼니의 데이터 사업부문을 20억 달러에 인수했다. 왓슨에 기상 데이터를 추가해 음료 판매 전략 등 기업 고객의 비즈니스 과제 해결에 적절한 답을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위기(?)에 처한 IBM이 주는 교훈

IBM은 지금까지 메인프레임과 PC, IT솔루션 분야에서 전세계를 이끌어 온 기업이다. 90년대 초반의 위기를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강화를 통한 솔루션 사업으로 극복했듯 앞으로는 ‘왓슨’을 통해 인공지능, 인지비즈니스라는 새로운 영역을 열어갈 가능성도 높다. 100년 기업의 IBM은 그만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기존 사업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 인공지능 같은 미래 사업이 확실한 수익원으로 안착하지 못한 상태다. 결국 기존 사업의 역량을 유지하면서 인공지능 등 미래사업을 얼마나 빠르게 확실한 수익사업으로 자리매김 되게 할 수 있느냐가 IBM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IBM은 어느 기업보다 많은 변신을 통해 변화에 대응해왔다. 그러나 이제 또 한번의 혁신을 통해 위기극복 역량을 보여주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기업들도 그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시기에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고, 한두 번 변화에 잘 대응했다고 해서 미래를 보장받을 수도 없다. 결국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만이 급변하는 시장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그것이 현대기업, 특히 어느 산업보다도 급격히 변화하는 기업환경 속에서 살아야 하는 IT기업의 숙명이다.

IBM의 ‘왓슨’

IBM의 초대 회장 토머스 왓슨에서 이름을 따온 왓슨은 인간이 자연어로 묻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인공지능 컴퓨터다. 90개의 IBM Power 750 서버로 구성되어 총 2,880개의 파워세븐 코어 프로세서가 작동하며 16테라바이트의 램을 이용한다. 지난 2011년 2월 미국의 인기 텔레비전 방송프로그램인 제퍼디(Jeopardy) 퀴즈쇼에서 두 명의 전설적인 퀴즈쇼 강자들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딥블루에 이어 왓슨에서 보여주듯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업 중 하나인 IBM은 왓슨의 역량을 의료 분야, 특히 암이나 종양의 진단치료에 적용함으로써 혁신적인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년 11월 라스베거스에서 열린 비전 발표회에서 마이크 로딘 IBM 수석부사장은 2016년에는 왓슨의 가치를 높이고 규모를 확대하는데 더욱 노력할 것임을 강조하며, 향후 왓슨이 인지 비즈니스(Cognitive Business) 전략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출처 :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