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은 우리경제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이다. 그 중에서도 수출입을 통한 실물경제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중국경제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 연계성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아직은 미국과 더 밀접한 것으로 나타난다.

과거 미국 금리상승기의 국내외 시중금리 반응 정도

지난 6월 이후 중국 주식시장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중국 주가 등락에 영향을 받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주식시장 연계성은 높지 않다. 주식시장은 미국과의 연계성이 여전히 높다. 글로벌 위기 이후 미국 주가가 1% 변할 때 국내 주가는 0.62% 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위기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채권시장에서도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장기금리 연계성이 높다. 글로벌 위기 이후에 장기금리 연계성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수익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국내 금리는 0.42%포인트 오르는 관계가 존재한다. 반면에 글로벌 위기 이후 중국 주가와 금리와의 연계성은 각각 0.06%, 0.13%포인트에 그친다.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실물경제 의존도에 비해 아직은 한중 주식, 채권시장 연계성이 높지 않은 것은 중국 금융시장이 실물경제와의 연관성이 아직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과 중국의 연계성이 높아지는 추세이나 아직은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을 비롯한 자본자유화 정도가 높지 않다는 점도 한중 주식, 채권시장 연계성이 높지 않게 나오는 이유이다.

환율은 중국과 높은 연계성

외환시장은 주식, 채권시장과는 조금 다르다. 스위스 통화를 기준으로 하여 각국 통화 가치 변화의 연계성을 살펴보면, 글로벌 위기를 거치면서 원화는 위안화와의 연계성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스위스 프랑화에 대한 위안화 환율이 1% 변할 때 원화 환율은 0.68% 변하는 관계가 존재한다. 달러화나 엔화와의 연계성이 글로벌 위기 이후 낮아진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대중 수출에 대한 높은 의존도, 해외시장에서 점차 높아지는 중국기업과의 경합관계 등이 한중간의 환율 연계성 증대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위기 이후 변동폭 확대 등과 더불어 위안화 환율의 시장결정 기능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과의 금융시장 연계성을 감안할 때 향후 미국의 경제상황과 금리인상 속도 등에 따라 미국 금융시장이 출렁거릴 경우 국내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 중국과의 금융연계성이 아직 높지는 않더라도 중국의 실물경제 상황이 국내 주식, 채권, 외환시장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경제의 불안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쳐 국내금융시장에 파급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위안화 추가 절하 여부가 원화환율의 향방을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과거 미국 금리상승기의 국내외 시중금리 반응 정도

2000년대 이후 미국금리 상승기에 국내금리의 반응 정도를 여타국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시중금리의 변동폭은 비교 대상국 중에서 중간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기별로는 지난 2013년과 올해 2분기가 상대적으로 금리변동폭이 적었고 나머지 기간은 다소 높은 편에 속했다. 다만 올해 2분기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가 시중금리 상승폭을 제한하는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리동조화는 금융위기 이후에 이전보다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버냉키 쇼크 당시를 제외하면 선진국이 신흥국보다 금리 상승폭이 컸던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 금리상승 국면에서 선진국 채권의 금리가 더 크게 오른 것은 우선 미국과 선진국의 경기동조화 관계가 강한데다, 미국 채권과 선진국 채권 간의 대체 관계도 높은 데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신흥국의 경우 채권시장이 충분히 발달되지 못한 경우가 많고, 대내 경제변수의 변동에 따라 금리가 영향을 받는 정도가 커 미국 금리상승에 대한 반응이 늦거나 적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향후 미국 금리인상의 영향을 예상하는 데에 있어서 지난 2013년 버냉키 쇼크 당시의 경험이 참고가 될 수 있다. 다른 금리인상 시기와 달리 2013년 당시는 버냉키 전 의장의 발언이라는 예상치 못했던 정책적 충격에 대한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향후 미국 금리인상 과정에서는 미연준이 충분한 소통을 통해 2013년과 같은 충격을 피하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냉키 쇼크 당시의 경험은 미국의 통화정책 충격에 대한 여타 금융시장 반응이 차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가늠해보기 위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당시 혼란의 진원에 해당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4개월 동안 약 1.1%p 상승했다. 선진국 금리는 미국과 비슷하거나 다소 적은 폭으로 동반 상승하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미국보다 더 큰 폭으로 금리가 급등한 국가들은 주로 신흥국이었다. 그 중에서도 터키, 인도네시아, 남아공, 브라질 등 펀더멘탈이 취약하다고 지목되던 나라들의 금리 상승폭이 컸다. 이 국가들은 대체로 만성적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외환건전성이 부실한 한편, 금융위기 이후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유입이 늘어 자본유출의 우려가 큰 상황이었다. 그 밖에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홍콩, 바스켓 제도를 채택한 싱가포르와 같이 환율제도가 상대적으로 경직적인 국가들의 금리 변화가 컸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아시아 신흥국 중에서 필리핀, 인도, 대만 등은 금리 상승폭이 제한적이었다. 당시는 중국 경기 및 자원수출국에 대한 우려가 아직 확대되기 전이었던 터라 호주, 말레이시아 등도 안정세를 보였다. 우리나라 10년 국채금리도 0.8%p 상승하며 적지 않은 폭으로 동반 상승했으나, 당시 다른 신흥국에 비해서는 상승폭이 높지 않았다. 우리 경제여건이 취약 신흥국들과 대비되면서, 우리 시중금리는 선진국과 비슷한 변동폭을 보였다.

출처 :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