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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는 정치, 행정 등 나라의 틀을 규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교통, 금융과 같은 일상적인 부분까지 포 함하는 한 사회의 전반적인 게임의 룰이다. 경제주체들은 제도라는 틀 내에서 행동하기 때문에 한 국가 의 제도가 혁신과 투자유인을 제공하는가의 여부가 경제의 성장이나 쇠퇴로 이어질 수 있다. 제도적 수준이나 변화가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세계은행의 국가경영지수(WGI)를 이용하여 분석하였 다. 실증분석 결과 제도가 개선될수록 성장률이 높았으며, 특히 법치주의와 정부의 효과성, 규제의 질 등 제도의 혁신성과 연결돼있는 변수와 정치적 안정성 등이 의미 있는 변수로 나타났다. 이밖에 평균교 육기간, 소득불평등도, 무역개방도 등의 변수도 성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화의 빠른 진전과 자원가격 상승, 급격한 부채증가 등 2000년대 중반 세계경제의 고성장을 가능케 했던 요인들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제도의 개선은 더욱 중요한 성장환경이 될 전망이다. 지난 10여년간 고성장을 사실상 주도했던 중국 등 신흥국의 경우 제도개선 여지가 크지만 많은 경우 제 도개선이 정치제도와 양립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만연한 부정부패의 사슬을 끊기 어려워 녹록하지 않 은 과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과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비교적 빠르게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 로 나타난다. 다만 부패통제의 개선은 상당히 지체되고 있다. 우리경제의 장기성장세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현재 성장세 유지를 위해 제도개선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마침 정부가 구조개혁에 나 서고 있는 것은 적절한 대응으로 판단된다. 노동과 자본 등 자원투입이 그대로 성과로 드러나는 제조업 과 달리 우리 경제의 성장세 향상을 위해 요구되는 서비스 활성화에 제도개선은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 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의 성장이 지속가 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이 들 국가의 고성장을 이끌어왔던 대외수요 확대와 자원가격 상 승이라는 호재는 사라졌고 당분간 재현되기도 어렵다. 그렇다 면 이제는 신흥국 경제의 기본실력(social capability)이 중요해 지는 시기가 도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도 적 수준과 변화, 평균교육기간 등을 고려하여 각국의 성장잠재 력을 평가할 수 있다.

중국, 브라질은 제도적 지체 심한 편 우선은 1인당 소득에 대비한 제도적 수준이라는 틀로 각국의 능력을 살펴볼 수 있다. 소득에 비해 제도의 수준이 높은 국가 일수록 성장잠재력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1 인당 소득을 고려한 제도적 수준이 평균 이상인 국가를 추렸 다. 아울러 2000년 이후 13년간의 제도적 개선 정도가 평균 이 상인 국가도 살펴보았다. 분석결과를 우선 거대 신흥국가를 중심으로 보면 중국, 브 라질, 베트남 등은 제도가 소득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 적 지체현상’이 두드러지고, 제도의 수준이 오히려 퇴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경우 소득에 비 해 제도적 수준이 평균 정도였으나 개선 속도는 더딘 편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와 러시아는 제도적 수 준이 낮으나 개선속도는 상대적으로 빠른 편으로 나타났다. 한편 신흥국 중에서 소득에 비해 제도적 수준이 높은 국가는 구공산권 국가나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소국이었다. 제도적 개선 정도가 높은 국가들은 슬 로베니아, 슬로바키아, 콜롬비아, 파라과이, 페루, 아 르메니아 등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 브라질의 평균 교육기간 증가 큰 편 평균 교육기간을 기준으로 제도의 전반적인 수준과 변화를 측정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중국의 평균 교육기간은 7.51년, 최근 10년간 증가는 0.58년에 그쳤다. 반면 인 도네시아와 브라질의 경우 평균 수준에 그쳤으나 증가 폭은 큰 편이어서 인도네시아가 2.46년, 브라질은 1.37년이었다. 러시아 는 교육기간(11.53년)도 길고, 증가 폭(0.63)도 큰 편에 속했다. 전체 신흥국을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우선 동유럽 등 구 공산권 국가들의 교육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편에 속했다. 슬로바 키아(12.82년), 폴란드 (11.32년), 크로아티아(11.3년) 등이 대표적 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과 이른 근대화의 결과로 보인다. 반 면 최근 10년간 교육기간 증감은 타이(2.34년), 이란(1.57년), 베 트남(1.51년), 방글라데시(1.41년) 등 아시아 국가에서 두드러졌다. 종합하자면, 중국은 지난 30년간의 경제적 성공에도 불구하 고 여전히 제도적 측면에서는 취약한 편이다. 그러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개혁이 필수적이며 중국당국도 이를 의 식하여 여러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제도의 수준은 평균 정도이나 개선의 폭이 작은 편이어 서 장기성장을 담보하기에는 다소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반 면 브라질, 러시아 등은 교육이라는 틀로 볼 때는 개선 정도가 상당한 편이지만 WGI 기준으로는 제도적 개선이 미진하여 교 육의 잠재적 성장제고 효과가 나타날지는 의문이다. 마지막으 로 인도네시아는 제도나 교육기간 측면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개선의 폭이 커서 향후 성장잠재력이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은행의 국가경영지수(WGI), 각국 제도의 수준 측정

세계은행은 1996년 이후 매년 전 세계 215개국을 대상으로 제도적 수준을 측정한 국가경영지수(WGI, Worldwide Govermance Indicators)를 발표하고 있다. WGI는 아시아개발 은행, 세계경제포럼 등 32개 기관에서 발표하는 지수를 기초 로 표준화, 가중치 부여, 오류수정 등의 과정을 거쳐 산출되며 6개 세부항목으로 나누어져 있다. 정책참여도(Voice and Accountability), 정치적 안정성(Political Stability and Absence of Violence/Terrorism), 정부의 효과성(Government Effectiveness), 규제의 질(Regulatory Quality), 법치주의(Rule of Law) 부패통제(Control of Corruption). 정책참여는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 선 거제도의 수준, 민주주의의 수준, 정부재정의 신뢰성, 공기업 회계의 신뢰성 등을 고려하여 산출된다. 정치적 안정성은 정치적 불 안정성이나 정치적 동기에 의한 폭력, 테러 가능성, 종족이나 종교에 의한 갈등, 정부의 안정성 등을 측정한다. 그리고 정부의 효 과성은 교육, 행정, 교통, 수도, 전기, 의료 등 공공서비스의 수준, 정치적 압력으로부터의 독립성, 정책형성과 실행의 수준, 공공서 비스에 대한 정부의 노력, 관료주의의 정도 등을 다룬다. 규제의 질은 민간부문의 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을 시행하는지를 다루며, 공정거래제도, 가격통제, 차별적 과세나 관세, 규제부담의 정도, 각종 보조금 제공수준 등을 고려하여 산출된다. 법치주의는 재산 권의 보호, 계약의 실행, 사법제도의 질, 각종 범죄의 발생빈도 등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와 법률준수의 정도를 포괄한다. 마지막으 로 부패통제는 공공부문에서 발생하는 부정부패 정도, 반부패 정책 등을 고려하여 결정된다.

출처 :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