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계부채 증가가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는 두 가지 상반된 경로를 통해서 소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선 유동성 제약 완화 효과는 소비를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가계가 대출을 늘리면 유동성 제약이 완화되어 현재 소비를 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율과 민간소비 증가율 추이를 살펴보면 두 변수의 움직임이 매우 유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민간소비 증가율이 가계부채 증가율과 상관관계가 높아짐과 동시에 현재소득 증가율과는 상관관계가 낮아졌는데 이는 소비자 금융확대 등의 영향으로 대출이 용이해지고 소비자의 예산제약도 크게 완화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가계부채가 늘면 이자지급이 늘어서 소비여력이 낮아지고 또 미래 원금 상환에 대한 부담으로 소비성향이 위축되는 효과도 동시에 발생한다. 가계부채가 소비보다는 사업지출이나 자산구입 등의 용도로 주로 사용될 경우 가계부채부담 확대로 소비가 더 위축될 수 있다. 또한 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높을수록 소비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다. 올해 1분기 가계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3.6%로 가계부채 증가율인 7.3%에 미치지 못하면서 처분 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38.1%에 이르고 있다.

가계부채의 두 가지 효과를 함께 고려해 분석해보면 아직까지는 가계부채 증가가 소비를 늘리는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가 민간소비에 미친 기여도를 시산해보면 채무부담효과보다 유동성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한다.

그러나 소득에 비해 가계부채 증가가 빠르게 이루어지는 현재의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에는 원금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부채증가가 오히려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욱이 아직까지는 저금리로 이자부담이 크지 않지만 향후 금리가 상승할 경우 이자지급이 늘어나면서 소비여력을 축소시킬 우려가 있다.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조정해서 소득에 비해 너무 빠르게 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출처 :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