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에 중국의 실물경기와 자금시장 상황이 다소 개선되었으나, 통화완화 정책이 실물경기 개선을 가져온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의 투자 의욕이 떨어진 것 이외에도 금융기관, 특히 은행이 자금중개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은행의 중개기능 약화는 경제 개혁 작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어, 새로운 경제구조에 부합하는 다양한 금융채널들이 안정적으로 공존하기 전에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은행 중개기능 약화’의 동전의 이면은 ‘자금 부동화’다. 중국에서 부동자금의 대표적인 단기 정박지는 금융위기 이후 2013년까지 그림자금융, 2014년에 온라인금융, 올해에는 주식시장이었다. 지난 7개월 동안 주가 급등락을 경험한 증시 내 부동자금은 또 다른 자산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으며, 어디로 움직이든 그 곳에 잠재된 리스크를 키워 현실의 위기를 낳을 수 있다.

첫째, 중국 정부의 주식시장 육성 의지를 신뢰하고 주식시장에 계속 머무를 경우, 은행권의 ‘음성담보’나 신탁시장의 ‘원금보장’과 유사한 기대심리가 확산되면서 최근 겪었던 것 이상의 주가 급등락이 거듭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1, 2선 도시의 주택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주택 재고 해소에 기여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대도시 집값 버블을 한층 더 키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셋째, 온라인 금융 상품에서 대기자금화 가능성도 있는데, 온라인 금융은 규제가 느슨해 금융사고가 자주 터지는 만큼, 대기자금 규모가 커지면 온라인 버전의 뱅크런이나 연쇄환매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번 주가 조정이 가져온 최대 손실은 중국 정부의 개혁 능력에 대한 회의가 제기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금융영역은 실물영역보다 훨씬 민감하고 다루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금융에 대한 신중한 규제의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중국 정부는 향후 상당기간 자금 부동화가 초래할 수 있는 금융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시장화 개혁 행보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기업 자금난 실태

중국에서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 약화는 기업들이 자금을 구하기 어렵고, 구할 수 있다 하더라도 자금 쓰는 비용이 너무 비싼, 이른바 ‘룽쯔난룽쯔꾸이(融资难融资贵)’ 문제에서 전형적으로 드러난다. 룽쯔난, 즉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해 돈을 빌리기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은 주로 규모가 작고 담보자산이 없는 신생 민간기업들이다. 까다로운 은행의 대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이런 부류의 기업들은 신탁, 사모펀드나 P2P(온라인 개인대출), 고리 대금업체 등을 통해 은행 대출보다 훨씬 높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밖에 없다. ‘룽쯔난’이 ‘룽쯔꾸이(높은 대출 비용)’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 대출의 경우 실제 자금조달 비용이 원금의 10% 안팎이지만, 은행 이외 곳에서 돈을 빌리면 13~24%를 부담해야 한다.

그 이상의 비용을 부담한다면 중소기업도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 이 경우 기본적인 담보 등기 수수료 같은 행정처리 비용 외에 정부가 지정한 기관에 가서 담보 심사와 관련된 컨설팅을 받는데 드는 추가비용까지 포함하면 최소 30%의 금리를 감수해야 한다. 인민은행 후난(湖南)성 창사(长沙)시 분점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은행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의 95% 이상이 대출 기준금리보다 30~50% 비싼 금리를 적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입장에서 ‘룽쯔난룽쯔꾸이’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기업 신용 평가 시스템이 성숙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엄격한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충족시키려면 신용도가 미심쩍은 기업들에 대출을 확대하는 것보다는 대출 금리를 낮추더라도 국유기업, 민영 대기업 등 안정적인 고객들과 거래하는 것이 낫다고 보는 것이다.

‘룽쯔난룽쯔꾸이’ 문제는 전형적인 불균등 성장 전략인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한 이래 줄곧 있어왔던 문제이지만, 특히 경기가 완연한 둔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기업 양극화가 심화된 2012년 이후 특히 악화되었다. 이 문제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중소기업, 신생기업이나 1차 산업 기업 등은 중국 정부가 민생 보장 차원에서나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부문들이다. 선별적 지준율 인하나 창구 지도 등을 통해 이런 취약 부문들에 대한 은행 대출 확대를 유도하려 노력하고 있는 이유다.

출처 :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