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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말 인도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에 힘입어 출범한 모디정부는 첫 해에 국민들의 기대감에 부응하기 위해 경제성장에 최우선 목표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모디 취임 이후 2015 회계연도(2014.4~2015.3) 인도경제는 전년대비 7.3% 성장했고, 물가상승률은 직전년도의 9.5%에서 6.0%로 크게 낮아졌다. 인도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외국인 직접투자는 같은 기간 215억달러에서 326억달러로 늘었으며, 금융시장에서의 외국인투자액은 48억달러에서 409억달러로 폭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렇지만 인도 상공회의소 연합인 Assocham은 첫해 모디 정권의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으로 평가했다. 집권 첫 해에 인플레이션 억제, 통화 안정, 금융시장 호조 등의 성과가 있었지만 유가안정에 따른 것이며, 대형 경제개혁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에는 다소 부족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도 국민들의 모디정부에 대한 평가는 지난 해에 비해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년차 모디 정부는 막연한 기대감에 의존하기 보다는 뚜렷한 경제실적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결집해야 되는 압박을 느끼는 시점을 맞이했다.

공교롭게 금년 1월부터 인도는 7%대 경제성장이 전망되는 고성장 국가로 떠올랐다. IMF를 위시한 국제전망기관들은 인도경제가 2015년에 7.5% 성장하여 중국을 제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는 인도가 가격기준년도와 GDP 산정방식을 바꾼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전에 통계에 잡히지 않던 비공식부문이 추가로 포함되고 신뢰성이 낮은 기업자료를 많이 사용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분기 인도 기업실적이 최악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GDP가 경기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도의 잠재성장률은 여전히 7.5% 이상, 높게는 9%까지 추정되는 편이다. 노동, 자본, 생산성의 측면에서 장기 성장률이 결정되어질 것인데, 출범 2년차를 맞이한 모디정부는 빅뱅식 개혁을 통해 장기 고성장의 초석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상원 계류 중인 토지수용법과 몬순 의회에서 상정될 노동법, 그리고 전국적인 단일부가가치세(GST) 도입 등은 궁극적으로 생산요소를 보다 자유화하여 사업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저절로 올라간 성장률, 떨어진 통계 신뢰성

지난 1월 인도의 새로운 GDP 발표로 대내외 경제학자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시기적으로 모디 정부가 경제성과를 내놓아야 하는 때에 성장률이 저절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통계의 신뢰성이 크게 훼손되었다.

새로운 GDP는 두가지 측면으로부터 도출되는데, 기준년도의 변경과 새로운 GDP 추계방식의 도입이다. 이 가운데 기준년도의 변경은 특별한 변화라기 보다는 주기적 업데이트 개념에 가깝다. 인도는 독립 이후 1948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7차례 실질가격 기준을 변경했는데, 처음에는 10년 주기였다가 5차부터 5년 주기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 직전의 가격기준년도가 2004/05년이었기에 원래대로라면 2009/10년에 7차 변경이 이뤄졌어야 했다.

그렇지만 지난 2008년말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인해 인도경제가 정상적인 궤도에서 벗어남에 따라 이후 2년이 늦춰진 2011/12년이 기준년도로 정해지고 2015년 1월에 발표된 것이다. 만약 실질가격기준이 바뀌지 않으면 실질GDP와 명목GDP의 괴리가 점점 커지게 된다. 예를 들어 지난 2011/12년도에 과거 가격기준으로 실질GDP는 52조 4,752억루피였는데, 명목GDP는 83조 9,169억루피로 괴리를 보였다. 실질가격기준년도가 2011/12년으로 바뀜에 따라서 당해년도 실질GDP는 88조 3,045억루피로 재설정되어 명목GDP와 동일해진 것이다.

가격 기준년도 변경으로 실질 GDP 금액이 커졌다면 GDP 추정방법의 변경은 성장률에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산입대상의 변화와 함께 이전에 무시됐던 비공식부문의 소득이 계속 포함되면서 GDP 구성비가 바뀌고 산출액이 과대평가되는 양상이다. 새로운 방법에서는 산업별 요소투입비용을 사용하지 않고 시장가격 기준으로 기업 단위에서 분배되는 임금, 이윤, 자본감가상각 등을 주요한 추정자료로 활용한다. 이를 위해 기업 관계부(MCA)에서 보유한 50여만개 기업을 포괄하는 금융정보 데이터베이스인 MCA21이 채택됐다. 문제는 새로운 데이터소스인 MCA21의 정보의 질이 낮다는 것이다. 총수록된 기업수는 98만개이지만 정보가치가 있는 기업은 50여만개, 시리즈로 활용가능한 수는 30여만개에 불과하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에서조차 기업들의 정확한 보고에 근거한 GDP 작성은 힘들다고 평가되고 있다.

또한 보통 GDP 잠정치는 계속 수정되어 1차, 2차 수정을 거치는 것이 관례이지만 최근 인도 통계청의 수정 폭은 매우 커서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14년 4분기 GDP성장률 잠정치는 7.5%였는데, 겨우 1분기가 지난 시점에서 6.6%로 수정치가 크게 바뀌었다.

이와 함께 GDP 추정에 활용되는 데이터베이스들의 시차도 현실경제 반영에 걸림돌이다. MCA자료는 GDP 추정시점과 8~9개월의 시차가 있으며, 근착 산업서베이(ASI)와 고용서베이(EUS)는 지난 2011/12년 자료를 담고 있다. 그보다 시차가 적은 산업생산지수(IIP), 신용대출, 차량등록 등의 동향 데이터들도 사용되지만 보조적인 역할에 그칠 뿐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GDP와 함께 도입된 GVA(Gross Value Added) 개념도 통계상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GDP는 GVA에 상품 순세금(세금-보조금)을 합하기 때문에 보통 금액면에서 GVA보다 크다. 인도 통계청(CSO)은 GDP를 발표하는데 반해 중앙은행은 새로운 가격 기준년도가 도입된 이후에는 GVA만을 공표하고 있다. 문제는 연간 성장률이 아닌 분기별 성장률에서 GDP와 GVA를 각각 사용했을 경우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는 점이다. 지난 1분기 연료세 인상 등으로 간접세 징수가 늘어나면서 GDP는 전년동기대비 7.5% 성장했지만, GVA는 6.1% 성장하는데 그친 사실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인도의 GDP 수치, 경기판단 왜곡 가능성

이번 인도의 GDP 개편에서 함께 도입된 하위개념인 GVA(Gross Value Added)가 오히려 경제상황을 더 잘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다. GDP는 GVA에 상품에 대한 순세금(세금-보조금)을 더하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발생되는 생산활동을 정확히 묘사하기 어렵다. 물론 경제주체의 일부인 정부의 수익(순세금)을 빼고 GVA만을 내세워 ‘배분가능 국내생산분(GDP)’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인도 경제상황은 기존대로 GDP 수치를 중시하게 될 경우 잘못된 경기판단에 이르게 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분기에 GDP가 7.5% 성장하면서 회복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연료세 인상으로 간접세가 늘어난 것의 영향이 컸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연말 국제유가 폭락기에 인프라 프로젝트 자금 마련을 위해 휘발유와 디젤유 소비세를 올렸던 바 있다. ICRA Research사에 의하면 지난 1분기 세금은 전년동기 대비 18.9% 증가한 반면 보조금은 2014년 1분기의 4,630억루피에서 2015년 1분기에는 2,580억루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세금이 인프라 투자에 쓰이더라도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지난 1분기의 세수증가를 곧바로 성장률 상승으로 해석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인도 정부는 높은 성장률에 집착하는 모습이다. 즉, 시장가격에 입각한 GDP 산정방식에 따라 인도정부는 FY2016년도 성장률을 8.1~8.5%로 높여 잡고 있다. 이에 반해 중앙은행(RBI)은 GVA에 입각하여 7.6%의 성장률을 상정하고 있다.

출처 :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