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출에서 미생물 배양으로: 히알루론산 사례

히알루론산은 피부의 진피층, 관절액, 안구 등에 존재하는 친수성 생체성분으로, 다량의 물과 결합하여 겔을 만드는 성질이 있어 피부의 유연성, 관절의 윤활 작용 등 다양한 기능과 결부되어 있다.
보습기능, 점성, 탄성 등을 갖고 있고, 면역원성1과 독성이 없어, 관절염 치료용 주사제, 주름을 펴주는 피부과/성형외과 시술용 필러, 안구 건조증 약물(인공눈물), 유착방지제, 상처치료제 등의 의료 분야는 물론, 화장품과 식품 원료 등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히알루론산의 생산 방법은 크게 세 단계를 거쳐 발전해 왔다. 첫째, 동물의 조직으로부터 추출, 둘째, 미생물 배양을 통한 생산, 셋째, 효소를 이용한 체외생산이다.2
1980년경 닭볏, 탯줄 등에서 히알루론산을 분리, 정제하는 공정이 개발된 후, 히알루론산의 상업생산에는 닭볏이 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동물에서 추출하는 방법의 경우 몇 가지 우려점이 발견되었다.
먼저, 동물 조직에 존재하는 히알루론산 분해효소의 작용과 추출 과정에서의 히알루론산 품질 저하가 문제가 되었다. 추출 공법은 점차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동물 조직 자체의 히알루론산의 농도가 충분히 높지 않아 높은 생산성 확보가 어려웠고, 동물 조직 사용에 따른 단백질과 바이러스 오염에 대한 두려움도 상존하였다. 이에 따라 바이오 기술을 활용한 히알루론산 생산에 대한 요구가 촉발하였다.
결국 1980년대 후반, 연쇄구균 배양을 통한 생산방법이 개발되었고, 1990년대 들어 병원성 균인 연쇄구균보다 더 안전한 고초균, 장구균 등을 통한 배양이 시작되면서, 히알루론산 생산 수율과 품질은 크게 개선되었다.
최근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생산 방법은 생체 내에서 히알루론산을 합성하는 효소를 분리하여, 체외에서 히알루론산을 생산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생산되는 히알루론산의 분자량을 조절할 수 있고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 상업적 대량생산에는 사용되지 않는 개발 단계의 기술이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 EGF 사례

히알루론산과 마찬가지로 의약품과 화장품 영역에서 동시에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원료인 EGF(상피세포 성장인자, Epidermal Growth Factor)는 몸에 상처가 생겼을 때 분비되어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는 물질로, 이를 의약품으로 개발하여 화상, 피부궤양 등의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다. EGF의 상처 치유 효능은 노화방지 화장품으로도 응용되어 국내외 여러 화장품 업체에서 화장품 원료로 이용하고 있다.
EGF는 유전자 재조합과 미생물 배양을 거쳐 생산된다. 유전자 재조합은 임의의 생물의 DNA 조각을 다른 DNA 분자에 결합시키는 과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단백질 분자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이용되는 기술이다.
최초의 유전자 재조합 제품은 인슐린이다. 인슐린은 체내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당뇨병 환자들의 경우 인슐린 분비가 부족하거나 인슐린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여 외부에서 인슐린을 공급해 줘야 한다. 이전에는 소와 돼지의 이자에서 추출하여 치료제로 사용하였으나, 1980년대 초 유전자 재조합 및 미생물 배양을 이용하여 인공적으로 생산하는데 성공하였다. 이후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EGF, 성장호르몬, B형 간염백신 등 여러 종류의 의약품/화장품 원료 생산에 이용되고 있다.

발효 기술

발효는 당질이 미생물에 의해 ‘무산소적’으로 분해되는 현상이며, 넓은 뜻으로는 미생물 배양에 의한 유용물질 생산 전반을 발효로 칭하기도 한다. 추출된 천연성분을 미생물이 효소를 이용해 분해시키는 발효 과정을 거치면 천연 추출물에 비해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분해효소의 작용에 의해 분자의 입자가 작아져 피부 흡수력이 좋아진다. 둘째, 원료 자체의 영양 성분이 강화될 뿐만 아니라, 발효 미생물이 배양되는 과정에서 비타민, 유기산 등 피부에 유리한 영양성분이 추가로 생성된다. 또한 우리에게 필요 없는 세균이나 독성이 분해되거나 흡착되어 제거된다. 따라서 피부 트러블이나 알러지 등의 부작용을 완화시키게 된다.
발효 화장품에는 쌀이나 녹두, 콩, 버섯 등 한가지 식물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이 있는 반면, 수십여 가지 식물을 동시에 사용하는 제품도 있다. 발효 방법도 자연발효법과 우량균주 발효법, 이를 복합한 복합 발효법 등이 사용되고 있다.
자연발효법은 가공하지 않은 다양한 원료를 있는 그대로 두고 자연의 힘을 이용하여 발효시키는 방법이고, 우량균주 발효법은 목적에 맞는 미생물만을 선별하여 증식 배양시키는 것이다.3
발효기법을 이용한 화장품 생산은 국내에서는 한방화장품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어, 고기능성 발효한방화장품의 개발로 이어져 중화권을 비롯한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줄기세포 기술

줄기세포는 신체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 즉 미분화 세포를 뜻한다. 분화란 하나의 세포가 각 조직(예: 뼈, 심장, 피부 등)으로서의 특성을 갖게 되는 과정을 뜻한다.
미분화 상태에서 적절한 조건을 맞춰 주면 다양한 조직 세포로 분화될 수 있으므로, 의료 영역에서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는 등의 치료에 응용할 수 있다. 즉, 손상된 조직에 줄기세포를 접종하면 분화 과정을 거쳐 손상된 조직을 대체하여 기능을 회복하게 하는 원리이다.
줄기세포 화장품은 의약품이 아닌 만큼, 인체의 줄기세포를 직접 주입하여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는 형태는 아니다. 줄기세포 배양 시 분비되는 펩타이드, 효소 등의 물질에 피부의 노화 예방, 주름 개선, 미백 등에 효과가 있는 유효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줄기세포 배양액이나 추출물을 함유한 화장품을 생산하는 형태이다. 또는 인체 피부의 줄기세포를 표적으로 작용하여 줄기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성분을 함유한 제품도 있다.
이러한 줄기세포 화장품은 천연 화장품, 발효 화장품을 잇는 인기 트렌드로 부각돼 왔으며, 줄기세포 치료제 등 관련 영역의 기술개발 진전에 따라 더욱 발전해 나갈 전망이다.

출처 : LG경제연구원